삼성카드는 지난 수년간 '내실 경영' 전략을 통해 1위 신한카드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조달 규모를 조절하며 고금리 충격을 최소화했고 영업도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 집중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업인 신용판매 실적이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사 대비 신판 의존도가 높아 비카드사업을 통한 보완도 쉽지 않다.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 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영업이익 2년 연속 1위…2010년대 후반 선제적 내실경영 효과 삼성카드는 '1강·3중·3약'으로 고착화된 카드업계의 경쟁 구도를 깬 주인공 중 하나다. 2년 연속 신한카드와 함께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자산 규모는 KB국민카드에 이은 3위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순익은 2022년과 지난해 신한카드와 함께 유이하게 6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본업 중심의 내실경영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비카드자산을 줄이며 신용판매에 영업을 집중했다. 코로나19 시기 대출 등 비카드 영업을 확대했던 경쟁사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2018년말 2조9355억원이었던 삼성카드의 비카드자산(일반대출·할부금융·리스)은 이듬해말 45.6% 줄어들었고 2020년말과 2021년말 각각 1조1810억원, 897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22년말 1조28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말 8775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2018년말과 비교하면 70.1%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카드자산은 20조6344억원에서 24조7694억원으로 20% 늘어났다.
특정 사업에 영업을 집중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해당기간 삼성카드의 영업수익은 3조3542억원에서 4조42억원으로 19.4% 증가했고 반면 영업비용은 2조7856억원에서 3조1942억원으로 1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조달 규모까지 조절하며 고금리 충격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조달 평균 잔액은 17조9835억원으로 전년(18조3310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고금리 악재 속에서도 이자비용이 12.2%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한카드(33%)와 KB국민카드(38%) 대비 매우 낮은 증가율이다.
◇본업 집중 전략 한계 봉착…현대카드에 신용판매 2위 내줘 삼성카드가 동일한 전략으로 신한카드와의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신용판매 부문이 지난해말부터 역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카드의 신용판매 이용액은 35조6723억원으로 전분기(37조2351억원) 대비 4.2% 줄어들었다.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모두 포함한 신용카드 이용액도 41조2847억원에서 39조6347억원으로 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더욱 감소했다. 전체 신용카드 이용액은 39조78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줄어들었고 신용판매 실적도 34조8491억원으로 2.3%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35조9645억원)와 비교해도 3.1% 줄어들었다. 현대카드에 밀려 신용판매 실적 순위도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카드의 경영진 역시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비카드 영업을 축소한 탓에 신한카드와 같이 자동차금융 등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카드의 비카드자산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2018년말(14.23%) 대비 10.73%포인트 축소됐다.
◇모니모·데이터, 경영 추진방향 최우선 목표로…KB·아모레퍼시픽과 '맞손' 해결책은 플랫폼 '모니모'다. 삼성카드 이사회는 올해 경영 추진 방향으로 △미래 핵심경쟁력인 디지털 역량 및 시너지 강화 △건전성 관리 기조 하에 효율 및 수익성 개선을 설정했다.
세부 방안 중 가장 첫 번째로 꼽은 것도 '모니모 성장 가속화 및 안정적 원앱 통합 추진'이다. 플랫폼·데이터 등 디지털 경재력을 제고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활용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반 업무를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모니모는 지난 2022년 4월 출시된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 플랫폼이다. 삼성카드 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서비스다.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플랫폼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식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기관 등에 따르면 약 300~400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 플랫폼에서 가장 기본적인 입출금과 이체 등 은행 서비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KB국민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를 거쳐 모니모 회원 전용 입출금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보험료와 삼성카드의 결제대금을 제휴통장으로 자동이체하면 금리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데이터 관련 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데이터 플랫폼 '블루 데이터 랩'을 새롭게 출시했다. △BLUE인덱스(빅데이터 기반 통계지수) △BLUE데이터톡(데이터 분석 리포트) △데이터상품(유료 고객 맞춤형 리포트 서비스) 등이 콘텐츠로 제공된다.
같은 달 유통사 아모레퍼시픽과 데이터 업무 제휴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구매·소비성향 등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교류·결합하고 초개인화 마케팅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