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에게 자금조달은 '앞문', 충당금 영역은 '뒷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문에서 조달 코스트를 줄이고 중간에선 판관비를 통제하며 뒷문으로 충당금 정책을 통해 대손비용 절감을 꾀한다. 이는 전반적인 수익성 제고로 이어진다. 하지만 경기 불안과 코로나 이후 대출 연장·유예 조치, 글로벌 금리상승세가 이런 기조가 깨졌다. 앞문과 뒷문의 코스트 방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 분야가 다른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비용관리 실태를 통해 CFO가 처한 상황을 가늠해 봤다.
삼성전자의 재무라인은 보수적 DNA로 유명하다. 화려한 재무전략보다 정석에 입각한 관리 중심의 운영에 초점을 둔다. 삼성전자 재경팀 출신인 김상규 부사장(CFO)도 다르지 않다. 삼성카드는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자산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건전성 지표를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라는 거시적 영향을 완전히 피해가진 못했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 규모는 늘었음에도 대손비용이 커진 탓에 수익성은 떨어졌다. 판매관리비 및 카드비용 절감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성 방어는 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카드대출 줄이고 보수적 성장
삼성카드는 은행계가 주도권을 잡은 카드시장에서 기업계 카드사의 선두에 있는 곳이다. 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은행계 카드사보다 사용실적 저변을 넓히기 어려운 탓에 신용판매(신용카드 결제실적) 위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 특유의 보수적 재무전략이 카드사에 녹아있다. 예컨대 신한, KB 등 상위권 카드사들의 레버리지배수(조정자산/조정자본)가 5~6배 수준인데 반해 삼성카드는 6월 말 기준 3.7배 수준으로 상당히 낮다. 카드사 레버리지 규제가 6배에서 8배로 확대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삼성카드는 자산을 공격적으로 불리지 않았다.
영업자산 측면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신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작년 말(27조2337억원)대비 4.5% 줄었다. 그간 매해 여신자산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여신자산이 줄어든 것은 KB국민카드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론 다른 이유가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자동차금융이 감소한 반면 카드대출이 늘어난 데 반해 삼성카드는 카드대출이 6조7541억원에서 6조6018억원으로 줄었다.
무이자 할부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신용판매에서 할부자산이 줄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론 취급을 축소한 데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의 영향이 컸다. 자산건전성 관리도 상당히 잘 돼 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1.19%로 전년 말(0.95%)보다 올랐으나 신한(1.73%), KB(1.92%) 등 피어그룹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같은 보수적 재무관리를 총괄하는 이가 김상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경영지원실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통한다. 그는 삼성전자 재경팀과 경영지원실을 거쳐 지난해 초 삼성카드로 왔다. 그가 펼치고 있는 보수적 재무전략은 항상 여유 있게 버퍼를 관리하고 공격적인 외형성장이 아닌 안정적 내실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특유의 DNA가 깃들어있다.
◇건전성 악화 불가피, 대손비용 부담 가중
다만 거시적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다. 전반적인 금리상승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치솟는 연체율로 인한 대손비용 부담 가중 등 두 가지 악재가 한 번에 찾아왔다. 카드사는 주로 회사채 등을 발행해 영업자금을 조달하는데 삼성카드는 ‘AA+/안정적’이란 우량등급임에도 3년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4.5%를 웃돌고 있다.
때문에 삼성카드의 시장성 조달 부채(사채+차입금)은 6월 말 기준 17조7132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5169억원)대비 줄었음에도 이자비용은 1935억원에서 2389억원으로 증가했다.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조달금리 상승 폭을 방어했기에 이 정도에서 그쳤다.
더 심한 것은 대손비용이다. 삼성카드의 올 상반기 충전이익은 755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210억원)대비 21%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4242억원에서 3819억원으로 줄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삼성카드는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부실채권의 비중(고정이하여신비율)이 1% 미만(0.89%)에서 관리될 만큼 우수한 건전성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대출 연장·유예 조치가 순차적으로 풀리면서 연체율 위험이 높아지자 충당금도 늘었다. 이는 대손비용으로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가 된다.
삼성카드는 판관비와 카드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 유지해나가고 있다. 6월 말 기준 판관비율(판매관리비/영업수익)은 46.4%로 지난해 동기(49.4%)보다 훨씬 절감됐다. 일명 허리띠 졸라매기, 짠물경영으로 수익성을 벌충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한계가 있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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