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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삼성카드는 출범 후 36년 동안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삼성의 전문경영인 육성 과정을 밟아 온 이들만이 CEO에 오를 수 있었다.
정량적 조건을 중시하는 삼성의 문화는 삼성카드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다. 계열사 사장은 60세까지만 중용하는 이른바 '60세 룰'이다. 하지만 일단 선임되면 장수 CEO로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보장되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내부승진 사례가 없던 삼성카드에도 새 바람이 불 지 주목된다.
◇계열사 출신 60세 미만…장수 경영환경 보장 삼성카드가 출범한 1988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인물은 12명이다. 취임 당시 나이는 만 52~59세로 60세를 넘지 않는다. 계열사 사장은 60세까지만 중용한다는 고 이건희 회장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들 모두는 삼성카드 내부 출신이 아닌 그룹 계열사 출신이다. 삼성생명 출신이 4명, 삼성전자는 3명이었다. 이외에 삼성물산과 삼성종합건설, 삼성캐피탈, 삼성증권 등 계열사 대표 출신들이 삼성카드 사장을 지냈다.
삼성그룹 내 삼성카드의 위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1988년 삼성그룹 창업 50주년을 맞아 고 이건희 회장이 제2 창업을 선언했고 가장 먼저 뛰어든 업종은 카드업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주목하는 사업인 만큼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거친 인물을 삼성카드 대표로 앉혀 온 것이다. 그룹 차원의 전문경영인 육성 과정을 거치며 직접 키운 대표야말로 검증된 인사라고 본 것이다.
장기간의 검증을 거쳐 사장직에 오르면 장수 경영을 보장하는 것도 삼성카드 인사의 특징이다. 출범 10년차로 접어든 1998년부터 삼성카드 수장을 맡은 이경우 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상무, 삼성중공업 전략경영실장, 삼성자동차 부사장, 삼성증권 부사장을 거쳐 자질을 검증받았다. 이 전 사장은 6년간 삼성카드를 이끌며 당시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세웠다.
그 뒤를 이은 유석렬 전 사장 역시 삼성카드의 최장수 CEO 중 한 명이다. 유 전 사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사장, 삼성캐피탈 부사장을 지냈다. 카드사태 여파에 휘청이던 삼성카드를 살려야 한다는 그룹의 특명을 받고 선임됐다. 그룹 내 재무통 인사였던 유 전 사장 체제에서 삼성카드는 6년간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 그 결과 업계 최하위 수준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역시 평균 수준으로 올라왔다.
◇전자 출신 사장도 2명…내부 출신 대표 언제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삼성카드에 'IT DNA'를 심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삼성전자 출신 사장을 기용하면서다. 2009년 선임된 최도석 사장은 삼성전자 관리 및 상무이사를 거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경영지원총괄 사장을 지냈다. 후임인 최치훈 전 사장도 삼성전자 고문과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사장,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삼성카드 사장이 됐다.
삼성카드 대표 자리가 경영 시험대로 여겨지기 시작한 건 최도석 전 대표 때부터다. 최 전 사장은 삼성그룹 최고경영인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필수 코스로 꼽히는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뒤 삼성카드에서 처음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았다. 삼성카드 사장으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주목받았다.
삼성카드에 내부 출신 사장이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지난 2021년 부사장이었던 김대환 현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카드는 부사장 직군을 대거 늘렸다. 이를 두고 차기 대표이사 사장 예비 후보군이 늘어난 만큼 삼성카드 내부에서 차기 대표를 선출하려는 초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 김대환 사장은 삼성카드의 인사코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지냈으며 삼성카드 대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2020년 당시 56세로 취임해 지금까지 5년째 삼성카드를 안정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로 만 60세를 맞은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 3명이 교체되는 물갈이 인사 여파를 피했다. 올해 성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 연임을 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