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인한 카드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방했던 삼성카드의 비용 절감 역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차입 규모의 감소와 장기차입금 비중 확대가 이자 비용 방어에 큰 역할을 했다. 3년 전부터 꾸준한 내실 경영 기조를 다져온 김대환 사장과 이를 총괄하는 김상규 CFO 산하의 관리 중심 재무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주요 카드사 공시에 따르면 삼성카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301억원으로 전년도 동기(4051억원) 대비 5.8% 감소에 그쳤다. 신한카드는 4691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도(5877억원) 대비 20.2% 하락했다. 대부분 카드사들은 20~30%의 순이익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카드가 타사보다 실적에 선방할 수 있던 이유는 이자비용이 큰 폭으로 늘지 않아서다. 삼성카드의 3분기 이자비용은 3612억원으로 작년(2092억원) 대비 16.8% 증가했다. 40~50%대 이자비용 증가율을 보인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와 비교해도 증가 폭이 현저히 낮다.
차입 규모의 감소가 이자비용 증가를 막았다. 삼성카드의 3분기 차입금 규모는 17조5889억원으로 작년 동기(18조7213억원) 대비 1조1324억원 줄었다. 차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채가 전년도 대비 9978억원 가량 줄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지출 금액을 의미하는 상품채권의 잔고가 줄며 자연스럽게 차입 규모가 줄었다”며 “영업을 위한 조달 규모를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상품채권 잔고는 작년 3분기 26조 6400억원에서 1년간 1조 2330억원 줄었다. 차입 규모가 감소하며 추가적인 이자비용 증가가 발생하지 않았다.
장기물 중심의 차입도 이자비용 방어를 도왔다. 삼성카드의 차입금 중 회사채/장기CP의 비율은 79%로 작년 말 대비 2.1%p 증가했다. 차입금의 3.2% 비중을 차지했던 1년 만기 단기사채 5900억원을 상환한 영향이 크다. 삼성카드 측은 “장기차입금을 중심으로 자금의 만기를 분산하여 금융비용 상승을 억제했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 상승도 막았다. 삼성카드의 3분기 총 차입금 금리는 2.65%로 작년 대비 0.1%p 증가에 그치며 방어에 성공했다. 단기사채 상환과 ABS 발행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ABS 발행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조달이 가능하다. 삼성카드의 ABS 금액은 올 3분기 3조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ABS는 삼성카드 차입금의 19%를 차지한다.
삼성카드의 지속적인 내실 경영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2020년 김대환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부터 효율 중심의 내실 경영을 강조해 왔다. 해당 기조 아래 삼성카드는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한 영업을 해왔다.
올해 3분기 삼성카드의 신용판매 규모는 올해 3분기 37조9833억원으로 2.2% 늘었다. 반면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포함하는 카드대출 수익 규모는 4조686억원으로 작년 대비 7.2% 감소했다.
무엇보다 재무관리 전략을 총괄하는 김상규 삼성카드 부사장(CFO)의 역할도 컸다. 김상규 부사장은 판매관리비 절감에 주력하며 장기 조달 전략을 짜 이자 비용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카드 올 3분기 판매관리비는 4659억원으로 1년 사이 4.6% 줄었다. 삼성카드 측은 “금융비용 상승 억제와 비용효율화를 통한 판매관리비 절감이 순익 선방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김상규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 CFO란 이력을 갖고 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영업보다는 경영지원·전략·재무 등 경영지원 부서에 몸담으며 재무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김 부사장은 2010년부터 7년간 경영지원실 내 전략팀 재경팀 담당임원을 맡았고 2017년 전무로 승진해 재경팀 담당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0년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에 올랐고 2021년 말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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