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불려온 포스코가 올해는 잠잠한 모습이다. 올 초 목적이 제한돼있는 그린본드(green bond)를 소규모 발행한 것 외에는 회사채 발행 소식이 없다.
포스코는 현금 중시 경영을 펼치는 곳으로 현금성자산이 6조7000억원에 이를 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 다만 3조5000억원가량의 Capex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올 한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만 2조원 가까이 되는 만큼 자금조달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3년가량 꾸준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2021년엔 9월 1일 녹색채권을 교환사채로 발행해 11억유로(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왔다. 같은 달 16일엔 회사채 5000억원을 발행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7월 7일 회사채를 8000억원 발행했다. 같은 해 8월 4일엔 외화채를 10억달러(1조3011억원) 발행했다. 당해년도 민간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10년 만에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한 호재가 있던 만큼 채권 발행이 날개를 달았던 때다.
지난해엔 연초 거액을 조달했다. 1월 12일 회사채 7000억원 규모를 발행한 데 이어 1월 17일엔 미 달러화 20억달러(2조4874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2021년엔 총 2조원, 2022년엔 2조1000억원, 작년엔 3조2000억원 등 꾸준히 해마다 2조~3조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올 1월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뒤 6개월 동안 소식이 없다. 그린본드 발행 규모도 이전 외화채 발행(11억유로, 10억달러, 20억달러)과 비교하면 금액이 작은 수준이다. 포스코가 2019년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ESG채권의 만기가 이달 8일 돌아왔는데 이 역시 재발행해 차환하지 않고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스코그룹 전체적으로 차입을 제한하는 기조가 나타나는 가운데 자금 조달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이다. 지난해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연달아 회사채를 발행해 그룹 전체적으로 2조원 넘게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올해엔 포스코이앤씨가 3월 1550억원 회사채를 발행한 게 전부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은 가운데 여러 재무 전략을 고려하느라 자금 집행이 늦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포스코 내 자금 조달의 필요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는 올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을 6조7381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금 보유를 중시하는 기조를 갖고 있으며 최근 현금 곳간을 살펴보면 6조~7조 정도의 현금은 확보한 가운데 경영을 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계획하는 Capex 투자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들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량이 결코 넉넉치 않다.
포스코는 광양 친환경차용 전기강판 생산능력 증설, 광양 전기로 신설, 포항 6기 코크스 공장 신설, 양소 원료야드 밀폐화, 포항 2열연 가열로 노후설비 정비 등에 총 7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3월 말 기준 이 가운데 51% 정도가 진행됐고 총 3조5000억원가량의 투자가 남았다.
여기에 더해 3월 말 기준 일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미상환 잔액이 1조9360억원에 이른다. 거의 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당장 이달에 1300억원, 9월에 30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추가 발행으로 차환하지 않는다면 모두 현금 상환해야 한다.
이 밖에 최근 포스코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소 추세인데 반해 Capex 투자액은 증가 추세인 점도 자금 흐름상 부담이다. 작년 포스코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년 사이 4600억원가량 줄었는데 Capex 투자액은 1조1530억원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1분기와 비교해 617억원 감소했고 Capex투자는 1135억원 증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자금조달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에 있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발행 금리나 금융 환경, 자금 소요나 규모, 조달 시기, 보유 시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에 추가적인 자금소요가 있는 경우에는 회사의 우수한 신용등급을 활용해서 발행 시기나 규모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