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와 유통채널 사업자인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파크에 총 800억원 실탄을 수혈해 주기로 했다. 2022년 19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2년 만에 재지원이다. 이랜드그룹이 호텔·리조트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이랜드파크에 자금력이 집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파크는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8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두 법인은 각각 408억원, 391억원을 출자한다. 2023년 말 보통주 기준 이랜드파크 최대주주는 이랜드월드(51.02%)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분 48.98%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이랜드파크의 자금 조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을 대상으로 2019년 600억원, 2020년 440억원, 2022년에도 1900억원에 달하는 3자배정 증자를 단행했다. 모두 합하면 3740억원 규모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그룹에서 숙박·레저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다. 이랜드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럭셔리 리조트를 낙점하고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다. 이랜드 최초의 5성급 라인인 ‘그랜드 켄싱턴’이다. 2025년 개관을 앞둔 제주도 켄싱턴 애월과 2026년 오픈 예정인 강원도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가 대표적이다.
그랜드켄싱턴 애월(법인명 이랜드테마파크제주)은 독채형 리조트다. 우선 숙박시설을 1차로 오픈하고 분양 대금을 활용해 국제아트미술관, 문화체험마을 등 시설을 조성하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해 2028년 2단계 오픈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국제문화복합단지’에 묶여있던 가등기가 말소(해제)된 후 공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이랜드파크→㈜이랜드테마파크제주로 지원 고리가 이어진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테마파크제주에 2019년 300억원을 출자한 후 운영비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대여해준 금액만 1057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이나 외식은 다소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를 제외하면 이랜드에서 육성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리조트부문”이라면서 “향후 이랜드그룹 과제는 어떻게 부동산 개발을 효율적으로 해내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이랜드그룹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고관주 전무(사진)의 임무도 한층 막중해졌다는 평가다. 대규모 리조트 개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중장기 자본 재분배 플랜을 수립함과 동시에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리테일을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세우는 것도 고 전무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 CFO는 1992년 이랜드에 입사해 중국 사업부 최고재무책임자(CFO), 그룹 전략기획실장, 그룹 재무본부장 등을 거치며 30년 이상 이랜드의 살림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기존 이윤주 CFO가 휴직에 들어가면서 고 전무가 새롭게 그룹총괄 자금책임자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고 전무는 자금과 세무업무를 총괄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호텔과 레저가 미래지향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꼽힌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인 부분이나 재무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런 체력을 만들기 위해 그룹에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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