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이 뉴발란스, 스파오 등 브랜드 인기 속에서도 둔화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자 재고물량 확보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랜드월드의 올 9월 말 별도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53억원이다. 전년 동기 861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08억원 가량 둔화된 셈이다. 이같은 경향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63억원 감소했다.
매출이 감소한 영향은 아니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는 패션사업을 영위하며 견조한 실적을 영위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SPA 브랜드 스파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 9월 말 기준 매출액은 1조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8014억원 대비 26.4% 증가했다.
패션업계에서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 실적을 포함하면 매출 증가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F/W 시즌 상품은 단가가 높아 한 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랜드월드는 연말 기준 뉴발란스의 국내 매출액만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하면 1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스파오 매출도 지난해 3200억원에서 연말 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둔화된 건 원·부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급격한 통화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되자 원·부자재 가격이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3419억원이었던 매출원가는 4102억원으로 뛰었다. 1년 만에 20% 증가한 수치다.
이랜드월드는 재고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매출원가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재고를 확보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했다. 실제 올 3분기 재고자산은 3764억원으로 지난해 말 2614억원과 비교해 1150억원 늘었다. 환율 영향도 반영됐다. 올해 원달러 환율 가격이 높았던 만큼 예년보다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랜드월드는 올 3분기 단기차입금 및 단기사채 순차입 규모를 전년 대비 1070억원 늘렸다.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면서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한층 둔화됐다. 다만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큰 개선세를 보였다. 순유출 폭이 3008억원에서 102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에 실시한 유상증자 및 장·단기대여금 기저효과 때문이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상품 원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급자재 원가 상승과 환차손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를 많이 늘렸다”며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둔화했지만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연말께엔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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