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10여년 전 인수합병(M&A)으로 발생한 이랜드그룹의 영업권이 계열사간 상반된 추이를 보였다. 베트남 봉제 공장 투자에 따른 영업권은 사업성을 평가받아 잔존했지만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의 경우 현지 시장 업황 악화로 전액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단 생산 전초 베트남 생산법인, 영업권 유지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이랜드월드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업권 잔액은 SY Vina Joint Stock Company(이하 SY Vina)의 63억원이 유일하다. 전년 57억원에서 소폭 증가했다. 이는 환율 변동에 따른 것이다. SY Vina의 영업권은 2016~2018년 75억원을 유지하다 2019년 61억원으로 줄었다. 손상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은 패션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이랜드에 젖줄과 같은 국가로 통한다. 원사부터 봉제를 만드는 탕콤법인, 우븐 원단을 생산하는 SY Vina법인, 우븐 가먼트를 만드는 베트남법인, 가구를 만드는 사비맥스법인 등 4곳이 있다. SY Vina는 2012년 이랜드에서 인수한 베트남의 염색·우븐원단 생산 법인이다.
베트남에는 방적공장 2개, 염색공장 2개, 봉제공장 7개, 가구공장 2개 등 총 13개의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 연간 니트 의류 2800만장, 우븐 의류 300만장을 공급하고 있다. 이랜드 패션 법인이 생산하는 제품 50%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미주, 유럽, 일본에 의류를 수출하는 생산 기지와 같다.
특히 이랜드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 미쏘 등의 생산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원단 개발과 염색 가공을 담당하고 있다. 패션은 이랜드월드의 작년 매출 중 50.3%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문이다. 10여년 전에도 SY Vina의 영업권은 60억원대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도 대부분 남았다. 사업성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코치넬레' 브랜드 영업권 '0', 브랜드 리포지셔닝 박차
SY Vina 투자 영업권이 유지되는 반면 코치넬레(COCCINELLE)는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코치넬레 영업권은 지난해 기준 0원이다. 2016~2019년 75억원에 달했으나 2020년 전액 손상됐다. 이랜드 측은 코치넬레 영업권 손상에 관해 "팬데믹 영향으로 유럽 쪽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치넬레는 2020년 기준 매출 785억원, 순손실 14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9년보다 매출은 32% 감소했고 순손실은 186% 증가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지난해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920억원, 16억원으로 팬데믹 여파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랜드는 2012년 약 510억원을 투자해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 코치넬레를 인수했다. 코치넬레는 1987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파르마'의 작은 숍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 유럽 경기가 추락하며 상품력만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코치넬레 창업자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까지 진출해 브랜드를 키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물색했다.
당시 이랜드는 중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한국 기업으로 명성을 드높이던 시기였다. 코치넬레는 이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 과정과 유럽 등 글로벌 전략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가 코치넬레 이전 영국 헤리티지 브랜드 '글로버올'을 브랜드를 인수해 헤리티지를 유지하며 운영한 노하우를 지닌 점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코치넬레 인수 후 면세점, 크루즈, 기내면세 등 '트래블 리테일'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전략을 앞세워 중국시장 진출에 착수했다. 여행갈 때 반드시 들러야하는 매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현재 국내외 약 70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밀라노 플래그십 매장을 비롯한 유럽내 3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2020년 6월 사내 벤처를 통해 '코치넬레' 리론칭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MZ 세대를 위한 한국 전용 브랜드로 리포지셔닝을 결정하기도 했다.
디렉팅, 마케팅, 유통 등은 이랜드가 전담하고, 이탈리아 현지 프라다, 루이비통 출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전담, 현지 제조 공장에서 원부자재 수급부터 제조까지 담당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월드는 코치넬레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코치넬레 사업부문은 현재 이랜드월드 산하 유럽사업본부 소속으로 운영 중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하반기 주요 전략에 관해 "다음 달 오프라인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쇼룸 형태로 매출보다는 브랜드 가치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 제고와 매출 확대를 꾀할 것"이라며 "W컨셉과 코치넬레 공식 온라인 몰에서 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하반기 온라인 확장을 위해 조직과 인력 재정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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