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작년까지 1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씨어스테크놀로지의 포부는 원대하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내년 200억원의 매출과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전략적투자자(SI) 대웅제약, 교보생명, 레이 등 든든한 지원군과의 협업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주력 제품의 매출 확대를 통해 추가 조달 없이 안정적 재무 전략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더벨은 장영태 씨어스테크놀로지 CFO(사진)를 만나 IPO(기업공개) 후 재무적 관점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초기 투자 완료, 내년부터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 가능"
씨어스테크놀로지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출신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창업했다. 이영신 대표이사(CEO)를 비롯해 송희석 CTO 부사장, 방규석 COO 부사장, 김경철 연구소장 등 주요 임원들이 모두 연구원 출신 창업 멤버로 2009년부터 회사에 몸담았다.
장 CFO는 이들과 달리 비교적 최근 회사에 합류했다. 2020년 사업 본격화로 매출이 확대되며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2020년부터 차근차근 IPO를 준비했고 작년 1분기 기술성평가를 기점으로 상장을 본격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적자를 내는 바이오텍이 상장을 추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금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상장 후에는 증자, 대출, 채권 발행 등 옵션이 다양해진다. 공시 의무 강화 등 거래소의 감시를 감수하면서도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현재 씨어스테크놀로지가 직면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33억원에 불과하다. 공모가액 하단 기준 IPO로 유입될 순수입금은 134억원이다. 작년 기준 연간 100억원의 적자를 낸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장 CFO는 "현재로선 추가 증자나 전환사채 등 조달 계획은 없다"며 "올해까지 적자를 내겠지만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공모자금을 포함해 벌어들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022년 경기 평택시에 GMP 인증 웨어러블 전용 공장과 점착소재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생산 공정을 마련했다. 작년 12월에는 공장을 담보로 30억원 규모 차입을 진행했다. 공모를 통한 순수입금을 활용해 이를 모두 연내 상환할 계획이다.
그는 "이전까지 작은 공간을 임차해 쓰다가 2022년 사업이 크면서 자체 공장을 취득했고 제조 공정을 구축했다"며 "주력 제품이 AI 분석 기반 솔루션으로 이미 연구개발비로 집행된 초기 투자 비용이 많고 충분한 시설 투자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장 CFO는 고려대 정보통계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에코솔루션에 입사했다. 14년간 한 회사에 몸담으며 사업본부 총괄 본부장을 역임했다. 2020년 지금 회사에 합류했다.
◇제약사부터 보험사까지, 150억 투자한 SI와 유기적 협력
대웅제약, 교보생명, 레이. 모두 장 CFO 합류 후 시리즈 투자 유치를 통해 파트너가 된 굵직한 SI들이다. 대웅제약과는 2020년 6월 모비케어의 국내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항응고제 릭시아나와 동시 판매 영업을 진행해 양사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5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공모 전 지분율은 3.02%다. 대웅제약이 판매 중인 심방세동 환자 대상 항응고제 릭시아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공동 사업화를 추진했다. 올해 1월에는 씽크의 국내 유통 판매 계약도 체결했다.
그는 "대웅제약이 AI 의료기기를 하는 여러 회사 투자를 검토하던 중 우리를 선택한 걸로 안다"며 "우리도 마찬가지로 다른 제약사들을 컨택해 봤지만 대웅제약과 가장 합이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I 교보생명과는 보험 상품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는 "보험 관련해 향후 시너지 효과가 나는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을 염두에 둔 전략적투자"라며 "상장 후 구체적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2022년 5월 신기술투자조합1호를 통해 5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공모 전 지분율은 대웅제약과 동일한 3.01%다. 보호예수기간이 1개월에 불과하지만 장기적 파트너십 목적의 SI인 만큼 오버행 이슈는 우려할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자에 참여한 헬스케어 기업도 있다. 치과용 디지털 진단 기업 레이는 2021년 12월 50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레이와는 수면장애나 양악 관련 솔루션과 접목시켜 시너지 낼 수 있는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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