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 한해 시설투자에만 8조원 넘는 돈을 쏟았고 연구개발(R&D)에 3조원을 꾸준히 붓고 있다. 때문에 실탄을 충분히 준비해 두고 있어야 한다. 여유자금의 상당부분은 예·적금과 단기금융상품으로 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현대차증권은 수시입출금식 금전신탁(MMT)을 적극 활용한다. 현대자동차가 작년에 거래한 MMT 총액은 2조5000억원, 기아도 1조9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현대차는 7000억원을 계열 증권사 MMT로 운용했다.
◇CAPEX·R&D에 11조 투입, 환금성 좋은 단기자산 선호 현대자동차의 연결기준 지난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조6685억원, 단기금융상품은 6조8756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이 3조4469억원이다. 그 밖에 만기 1년 이상의 장기금융상품이 2191억원, 기타비유동금융자산이 5조170억원이다. 투자부동산은 1451억원으로 다른 자산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다.
현금성자산은 전액 상각후원가측정자산으로 운용된다. 보통예금이나 만기 3개월 정도의 이자소득형 단기금융자산을 뜻한다. 장·단기금융상품 총액 7조948억원도 상각후원가측정자산으로 굴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로 8조원 넘는 돈을 쏟았고 연구개발(R&D)에 매년 3조원을 꾸준히 붓고 있다. 돈의 입출금이 수시로 필요한 탓에 환금성 좋은 단기금융자산을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눈길이 가는 곳은 계열사인 현대차증권의 MMT(Money Market Trust)다. 현대자동차는 올 1~5월까지 현대차증권과의 MMT 거래총액이 7000억원에 이른다. 환매채(RP), 전단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구성자산으로 편입하는 이 상품은 단기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시장금리보다 수익률이 좀 더 높은 특징이 있다.
주로 3개월 안팎 만기인 상품을 매수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현금을 운용하기 적합하며 보통예금만큼 입출금이 자유롭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보금 형태로 자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어 유동성과 수익성 모두 확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에도 계열 증권사 MMT로 거래한 금액이 총 2조5300억원이다.
이 같은 기조는 이승조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이 부임하기 전부터 내려왔다. 이 전무의 전임이자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옮긴 서강현 부사장 시절 때도 다르지 않았다. 계열사인 기아 역시 현대차증권과의 MMT 거래총액이 지난해 1조9000억원, 올해는 5300억원이다. CFO 개별 성향보다 그룹 차원의 현금운용 정책인 셈이다.
◇이자수익 83.3% 증가, 단기매매증권 등에도 3.4조 운용 현대자동차는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이자수익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이자수익은 6392억원으로 전년(3486억원)대비 83.3% 증가했다. 물론 이자비용도 3045억원에서 5361억원으로 늘었지만 이자수익으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기타금융자산 현황을 보면 만기 1년 내 유동자산 규모가 3조4469억원, 1년 이상이 비유동자산이 5조170억원으로 좀 더 장기적인 자산의 비중이 크다. 기타유동금융자산의 상당액인 3조709억원은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운용된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매매증권과 파생상품, 조건부매매계약 등의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전년 말(2조3740억원)대비 29.3% 증가했는데 올 1분기 6900억원의 돈을 단기매매증권 등에 넣었다는 뜻이다.
기타비유동금융자산의 경우 총액의 절반 이상인 2조8964억원이 기타포괄손익-금융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그 중 대부분(2조3348억원)이 지분 형태다. 단기매매항목이 아닌 전략적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는 지분으로 △KT 0.04%(4618억원) △HD현대 0.02%(1247억원) △NICE평가정보 0.02%(137억원) △현대그린푸드 0.02%(95억원) 등 관계사 및 범현대 계열사, 사업협력 목적으로 가진 회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