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2023년 매출 1조원을 겨우 사수했다. 업계는 올해 4분기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연출했기에 전년 대비 실적이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측을 빗겨갔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두나무 매출은 작년보다 높았어야 한다. 고객이 맡겨준 원화 예치금은 33% 증가했고 위탁 보관 중인 회원 소유 가상자산도 많아졌다. 아이러니한 역성장이다. 배경에는 3분기 극심했던 실적부진, 매매 빈도가 낮은 비트코인의 시장 리드 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예수금·위탁 가상자산 늘었지만 실적은 역성장 두나무는 지난해 연결기준 1조1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640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63.1%다. 전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영업비용을 낮췄음에도 매출 감소, 사세 확장 등 이유가 겹쳐 영입이익률은 2년 연속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8050만원으로 급증했다. 보유하고 있는 회사 소유 가상자산의 가치가 크게 오른 덕이다. 2022년 2960억원 상당으로 평가됐던 가상자산 가치는 2023년말 9859억원으로 불어났다.
예수부채는 3조8380만원이다. 전년 대비 1조원이 추가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거래소 예수부채 증가는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고객이 코인을 매매하기 위해 원화를 예치해놓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치금 증가는 회원의 가상자산 매수 증가로 이어졌다. 재무제표 주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기 12만974개였던 회원 위탁 비트코인 수량은 당기 13만9887개로 늘어났다. 리플,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의 위탁 수량도 일제히 증가했다.
◇시장 얼었던 3분기·비트코인 장기 보유 수요 영향 겹쳐 예수부채가 늘어났음에도 두나무의 작년 매출은 2022년보다 19% 감소했다. 업계서는 두가지 원인이 겹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 중이다. 하나는 작년 3분기의 부진이다. 두나무는 지난 3분기 19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4분기에 33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분기별 성적이 가장 좋았음에도 실적이 희석됐다.
작년 3분기는 유독 혹독한 크립토윈터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7월 3500만원대로 하락한 후 9월까지 박스권 내에서 횡보했다. 길었던 보합장에 지친 투자자들이 두나무를 이탈했다. 3분기말 두나무의 예수부채는 2조9410억원으로 3개월 만에 3237억원의 유출이 발생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매매 빈도가 낮은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다. 4분기 가상자산 시장 회복은 비트코인이 이끄는 형국이었다. 거래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가상자산거래소는 가격 변동성이 심해 매매가 빈번한 알트코인 장에서 매출이 급등한다. 비트코인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트레이딩 대신 장기보유를 선택한 고객이 많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은 역성장했지만 두나무는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중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거둔 곳으로 예측된다. 경쟁사인 빗썸의 사업보고서는 공개 전이지만 이미 지난해 반기부터 적자전환했다. 코인원도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