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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장남 조현준 회장의 최대 과제 '효성화학' 구하기

⑦'부채 털어내기' 관건, 작년말 순차입금 2.4조…사업부 유동화 노력

김소라 기자  2024-04-12 10:12:30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효성 그룹 오너 3세 장남인 조현준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룹 핵심 자회사인 '효성화학'의 재무 정상화다. 효성화학은 현재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당장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형국이지만 공모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불안정한 재무 상황 탓에 금융 기관으로부터 새로이 자금을 꾸기도 어려운 상태다.

효성화학은 자체적인 자금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내부 자산을 비히클 삼아 대규모 현금을 확충하는 시나리오다. 알짜 사업부를 분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수혈한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요량이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재 원매자들과 활발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12일 "특수가스 사업부에 대한 외부 투자 수요가 상당히 많아 내부적으로 이를 조정하는 단계에 있다"며 "연내 매각 등 구체적인 일정은 현 시점에서 밝힐 수 없지만 활발히 추진 중인 만큼 계약이 확정이 되면 상반기 중으로 공시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부는 효성화학의 효자 부문으로 꼽힌다. 타 사업부 대비 수익성이 견조한 영향이다. 최근 이 특수가스 제품에 대한 시장의 높은 수요가 우호적 영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삼불화질소(NF3)다. 이 NF3는 반도체 식각 및 세정 작업에 쓰인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의 재고자산 누적 문제 등이 아직 온전히 해소되진 않았으나 효성화학은 내부적으로 올 하반기 반도체 생산 공정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올해 충청북도 옥산 소재 NF3 신규 생산라인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효성화학의 동아줄이 됐다. 효성화학은 현재 부채 상환 이슈를 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 법인 설비투자 명목 등으로 자금을 대거 차입하면서 부채 부담이 높아졌다. 이는 재무 안정성 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말 효성화학 연결 부채비율은 5000%에 달한다. 통상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 기업에 대해 재무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재정 상태가 상당히 악화된 형국이다. 이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선 자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만큼 내부 자산을 유동화하는 시도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효성화학의 녹록지 않은 조달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 8일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 조사를 진행했으나 전액 미매각됐다. 이는 지난해 1월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기관 수요 예측에서 사전에 약속된 산업은행 인수분 외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받지 못했다. 공모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기본적으로 국내 채권 발행사는 한정적인데 해당 사례처럼 수요 예측에서 전액 미매각이 발생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며 "일례로 공모주 펀드 같이 하이일드채권(투기 등급의 고수익 채권)을 몇 퍼센트 이상 무조건 담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마저도 외면받았다는 뜻으로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룹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 효성화학은 효성 지주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유동성 확충 및 재무 정상화를 목적으로 이를 발행했다. 이 수혈한 자금을 갖고 누적된 부채를 털어낸다는 요량이었다. 지난해에도 총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부채 상환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다만 재무 지표 상 효과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단계다.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가 많다 보니 부채 상환 여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순차입금이 가진 현금을 전부 차입금 상환에 쓰고도 갚지 못하는 부채를 의미하는 만큼 이는 현재 효성화학의 유동성 고갈 상황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효성화학은 올해 부채 관리를 가장 중요한 재무 과제로 꼽고 있다. 영업을 강화해 기본적으로 부채를 줄여 나가는 동시에 단기 차입금은 차환 등의 방향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효성화학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공장 가동률은 110% 수준이다. 현지에 폴리프로필렌 공급처가 없는 만큼 수요를 모두 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은 연장하는 방향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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