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기업집단 톺아보기

효성 흩어진 지분, '지주 결집' 이뤄질까

⑧조현준·현상 등 그룹 지배력 공고화 필요…'효성중공업' 높은 활용성 기대

김소라 기자  2024-04-15 15:16:0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효성그룹이 올 하반기 그룹 분할을 앞둔 가운데 오너 일가의 지분 일원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 자회사 지분을 지주 지분으로 통합하는 식으로의 변화다. 효성 오너 3세인 조현준·현상 형제가 각 그룹의 총수로 경영 운전대를 잡는 방향인 만큼 지주사 자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현재 수평으로 펼쳐진 오너가 지분을 수직 구조로 재편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자회사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반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분 처분 전 사전에 주가 관리에 돌입,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시도다.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신규 성장 동력 확보 등 유의미한 움직임이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감지될 여지가 높다는 평이다.

효성 오너 일가는 현재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상장사 위주로 조현준·현상 형제와 친족들이 직접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주를 포함해 효성이 직접 지배하는 상장사 6곳 모두 오너 3세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몇 개 비상장 법인에도 형제가 나란히 대주주로 올라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지분은 형제가 그룹 전체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근간이 됐다. 효성 일가는 일찍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쥐어주며 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확보케 했다. 막 태어난 자식에게 주식을 증여해 꾸준히 자금 증식, 지분 확보 등 일련의 과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한 그림이다. 수취한 배당금을 발판삼아 지분을 사모을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이후 그룹이 합병·분할하는 과정에서 오너가 자녀들은 효성 주식을 기초로 계열사 지분도 손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이 계열사 지분은 현재 보유 필요성이 과거 대비 떨어진 상황이다. 오너가 입장에서 지분을 결집시키는 것이 그룹 경영에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각 사업 자회사별로 지분을 보유하기 보다 지주에 대한 단일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이다. 컨트롤타워 격인 지주 법인을 대상으로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전체 계열사를 관리하기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과적으로 지분 정리 작업이 추가로 이뤄질 여지가 높다. 오너 3세 3형제가 똑같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 법인들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이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생산 업체 '효성티앤에스'와 일본 수입차 브랜드 토요타 국내 판매사 '효성토요타' 등이다. 조현준·현문·현상 3형제는 해당 법인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각각 최소 10년 이상 지분을 그대로 묵혀왔다. 이런 가운데 조현준·현상 형제 주축 두 개 노선으로의 그룹 분리를 앞둔 상황에서 오너들이 각 지분을 더 이상 개인적으로 들고 있을 유인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핵심 계열 법인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효성 그룹 존속 법인을 대상으로 보유 중인 지분과 관련한 변동이다. 조 부회장 입장에선 친족 그룹 대상 3% 이상 지분 보유 금지 등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서라도 이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부회장은 잔존 계열사인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에 대해 각각 4.88%, 6.3% 지분을 들고 있다. 향후 계열 분리 후 이 지분이 처분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조 부회장은 확보한 현금을 토대로 효성신설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수혜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은 효성중공업이다. 전력기기 산업이 근래 호황 사이클을 탄 덕에 영업 성과가 받쳐주는 상황이다. 지난해 특히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영업 호조가 뒷받침 되며 밸류에이션도 크게 반응하고 있다. 이달 효성중공업은 주당 34만원 선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향후 지분 처분 등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이같은 우호적인 분위기를 당분간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중공업 신규 수주 확보를 타진하는 동시에 건설부문에서의 우발 리스크는 꾸준히 관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뭉칫돈 확보가 가능하다. 15일 기준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지분 가치를 계산하면 총 1560억원이다. 조 부회장은 이 자금만 갖고도 효성 존속 지주가 자사주를 통해 보유하게 될 신설 지주 지분 5.51%를 직접 사올 수 있다. 이날 기준 효성화학 보유분 가치는 135억원이다. 신설 지주 지배력 확보 차원에선 효성중공업 대비 기여도가 미미한 수준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