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효성그룹이 지난해 한숨 돌린 모습이다. 지주사가 직접 지배하는 연결법인들이 영업 측면에서 모두 부진했던 상황 속 유일하게 한 곳이 성장세로 전환했다. 전세계적인 전력 기기 산업 호황과 맞물려 유의미한 성과를 낸 효성중공업이다. 그룹 핵심 자회사들이 일제히 역성장한 가운데 두드러진 성적을 내며 지주사 체면 살리기에 한몫했다.
다만 재무안정성 강화는 과제다. 부채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채무 관리를 통해 이자비용 부담을 낮춰나가는 동시에 세부적으로 보다 유리한 조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당해 첫 결산 배당을 실시한 만큼 꾸준한 현금 유동성 관리를 통해 주주 환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주요 경영 현안이 될 전망이다.
◇효성 지주 '뒷걸음질', 돋보인 중공업 약진 효성그룹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전반이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룹 내 핵심 코스피 상장법인들이다. 대표적으로 섬유·무역업체 '효성티앤씨'를 비롯해 화학, 소재, 정보통신(IT) 사업 자회사 모두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이와 함께 순익도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그룹 성장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분위기는 효성지주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효성그룹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약 8% 줄어든 3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익은 적자 전환했다. 그룹 전체적으로 영업이 신통치 않았던 가운데 누적 차입금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고조된 탓이다. 구체적으로 효성은 지난해 직전년도 대비 약 15% 늘어난 총 2520억원의 금융비용을 인식했다. 이 가운데 채무에서 잡힌 이자비용이 총 8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유일하게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효성중공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력기기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전력기기 수주를 넉넉히 확보하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 북미 시장의 변압기 수요 확대, 유럽 신재생 투자 및 노후화 교체 수요 등이 맞물리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순익도 큰 폭으로 뛰었다. 부채를 털어낸 점이 주효했다. 누적 차입분을 일부 해소해 금융비용 지출 부담을 낮췄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효성중공업 금융원가는 전년 대비 37% 감소한 2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해 차입금 상환에 약 3300여억원을 지출하며 부채 해소에 주력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은 1년새 4배 이상 늘었다.
동시에 주요 재무지표는 일제히 개선됐다. 차입금 의존도가 27.3%로 전년 대비 7%포인트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기존 320%에서 280%대로 하락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 150% 미만 기업에 대해 재무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만큼 계속해서 채무를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해석된다.
◇현금유동성 관리 과제, 기업어음 위주 차입구조 올해도 영업 면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그룹 경영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미국법인이 지난해 순이익 흑자 전환하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해외시장 위주 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꾸준히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건설부문 리스크는 꾸준히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자체 시행 사업은 지양하고 기성불 조건의 도급 사업 위주로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단기차입 위주 조달 전략을 펼치는 탓에 유동성 관리를 필수적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에만 총 23차례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필요 자금을 충당했다. CP는 회사채 대비 발행 절차가 단순하지만 만기가 1년 내라 상대적으로 상환 부담이 크다. 부채 만기구조가 짧기 때문에 재무라인 입장에선 더 커버리지 영역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올해 첫 결산 배당을 실시하며 주주 정책을 본격화한 만큼 이러한 현금 유동성 관리는 더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당해 차환 이슈도 안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8월 발행한 56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비한 신규 자금조달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