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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신규 지주 설립을 추진 중인 효성은 깔끔히 떨어지지 않는 분할 구도를 짰다. 분리 계열 법인을 비롯해 지분 분포, 분할 비율 등에서 다소 의문점이 남는 구조다. 효성 그룹의 온전한 친족 분리를 위해 앞으로의 남은 작업이 더 많을 것이라 점쳐지는 이유다.
우선 일원화 작업이 필요하다. 조현준·현상 형제가 각자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계열 법인에 대해 지배력 및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형제 간 분산된 계열 법인 경영 구도와 관련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두 오너 3세가 그룹 내 여러 법인에 대해 임원 겸직을 하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등기 임원 재직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본다"며 "두 총수가 각각 경영하게 될 곳에 대해선 지분을 비롯해 경영권도 온전히 가지는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효성 잔존 법인들이 대표적이다. 조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곳에서 물러날 여지가 높다. 구체적으로 '효성티앤에스', '에프엠케이', '신화인터텍' 등이다. 조 부회장은 현재 해당 법인 등기 임원으로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모두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지배 체제 하에 남게될 법인으로 결과적으로 조 부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부 법인에 대해선 추가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 제조사 '신화인터텍'이다. 이 법인은 효성 기존 지주에 남는 형태지만 두 형제 중 유일하게 조 부회장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상근 사내이사로 2017년부터 사업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2013년 인수합병(M&A)을 통해 신화인터텍을 그룹에 편입한 후 조 부회장이 경영을 도맡아 온 그림이다. 반면 조현준 회장은 경영에 관여치 않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조 부회장 몫으로 재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사업 면에서도 교집합을 갖고 있다. 조 부회장의 관심 사업인 차량부문에서의 공통점이다. 신화인터텍은 올초 2차전지 절연 테이프 신규 개발을 완료, 양산에 돌입했다. 기존 디스플레이 필름 제조 노하우를 토대로 2차전지 소재 분야로 진출하는 모습이다. 조 부회장도 해당 분야에 관심을 드러내왔다. 현재 개인 법인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조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법인 '에이에스씨'가 거느린 황산니켈 제조사 '우전지앤에프'다. 향후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는 지점이다.
효성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도 헐거운 편이다. 효성 지주는 자회사 '효성화학'을 통해 신화인터텍을 지배하고 있다. 효성화학이 보유한 신화인터텍 지분은 20% 수준이다. 이날(17일) 지분 가치로 110억원 규모다. 향후 조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한다고 단순 가정할 때 전략적 판단 하에 지배력을 새롭게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개인 법인을 앞세워 지분을 사들이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효성 측은 단기간 추가 분할 가능성은 일축했다. 효성 관계자는 "그룹 분할 대상은 사전에 발표한 6개사가 전부"라며 "추가 분할 가능성은 현 시점에선 알 수 없고 일단 확정된 법인 대상으로만 얘기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법인은 상대적으로 추가 분할 여지가 적다. 효성 지주가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효성티앤에스와 에프엠케이에 대해 각각 54.01%,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자산총계로만 따졌을 때 지분 가치가 1700~5000억원대 수준인 만큼 별도 취득엔 부담이 따른다. 당초 분할 계획 상 분리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재배치 작업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현재 효성티앤에스는 조현상 부회장만 비상근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에프엠케이 이사회엔 형제 모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