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효성 그룹은 크게 2개 조직으로 나뉜다. 조석래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주축이 된 2개 기업집단으로의 분리다. 그룹 설립 약 60년 만에 효성은 '3세 시대' 준비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효성 뿌리 아래 두 후계자가 각자의 그룹을 꾸려가는 것인 만큼 서로의 색깔이 자연스레 드러날 전망이다.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실마리는 있다. 이들 두 형제의 평소 사업 관심사를 파악해 변화상을 유추해보는 식이다. 두 사람은 그룹 내 개인 사업을 착실히 키워오며 어느 정도 관심 분야를 뚜렷하게 드러내왔다.
효성 그룹은 현재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집단 소속 법인은 총 132개사다. 이 가운데 8개 법인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그룹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나머지 법인들은 해당 상장사 및 지주사 등이 거느린 곳들이다. 주요 법인들과 이렇다 할 지분 관계가 없는 계열사도 일부 포진해 있다. 이들은 그룹 특수관계자로 묶여 지배구조 상 뚜렷한 연결 고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두 형제의 관심사는 이 특수 관계 법인에 숨어 있다. 이들은 효성 지주를 포함해 주요 상장 법인들과 지분 관계를 맺고 있진 않지만 두 후계자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직접 지배하는 곳들이다. 이들 법인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너 3세들이 위치한 그림이다.
이는 유의미하게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선대가 만들어 이끌어 온 그룹의 기존 핵심 사업이 아닌 두 형제가 각각 자신의 의지를 갖고 꾸려 나가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다. 향후 두 형제 각각의 그룹에서 이들 법인, 즉 업종의 성격 등이 묻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사업과 더불어 복합 산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앞으로 각 그룹의 방향성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단순히 오너 3세의 개인적 관심 사업을 근거로 비교해 봤을 때 이같은 결과가 도출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모바일 서비스에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 쿠폰, 상품권 등을 포함한 전자 결제 영역,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규 시장으로의 확장 타진 등이다. 가상자산, STO(증권형토큰)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범금융권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는 서비스들이다.
조현준 회장이 지배하는 소조직 '갤럭시아' 그룹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해당 그룹엔 서로 다른 6개 회사가 묶여 있다. 이 가운데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를 제외하고 모두 법인명이 '갤럭시아~'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경우 선대 회장인 조홍제 전 회장 경영 시기인 1976년 설립돼 조현준 회장에게 귀속된 법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아 자체에서 현재 조 회장의 관심사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직 내 스포츠, 방송 관련업을 영위하는 '갤럭시아에스엠' 및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영위하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법인은 모두 모바일 결제 유관 사업체다.
조현상 부회장의 방향은 이와 사뭇 다르다. 조 부회장의 주 관심사는 자동차다. 개인 회사를 통해 글로벌 차량 제조사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세부 품목은 도요타, 재규어랜드로버, 벤츠 등이다. 각각의 차량을 수입, 판매하는 법인들을 조 부회장이 개인 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형태다.
조 부회장은 일찍이 수입차 딜러 사업에 관심을 드러내 왔다. 기존 그룹 계열 법인이었던 곳을 개인 회사 아래 붙이는 등 과감한 시도를 통해서다. 조 부회장이 100% 지배력을 행사하는 '에이에스씨' 산하 '더클래스효성'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2015년 더클래스효성 지분 전량(58%)을 처분, 종속회사 관계를 정리했다. 이 지분을 조 부회장이 모두 넘겨 받았고 이후 2017년 보유분을 에이에스씨에 전량 현물출자, 개인 회사 산하에 배치했다. 효성 그룹 내에서 수입차 판매업을 중심으로 능동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온 셈이다. 이는 조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앞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