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은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지 못했다. 그룹의 모태인 소재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가 FnC부문 내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를 선임하고 회사 자체적으로 친환경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 성과가 있긴 하지만 다른 상장 계열사의 ESG 경영 체제는 안착하지 않았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가운데 종합평가 A등급(이하 한국ESG기준원 기준)을 받은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높아야 B+등급을 받은 것이 전부다.
다만 올들어 코오롱그룹에서 이사회 차원의 ESG 경영 구조를 꾸리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 코오롱플라스틱(올해 코오롱ENP로 사명 변경 예정)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계열사 평가 부진 속 인더스트리 '고군분투' 2020년대 들어 코오롱그룹 상장 계열사의 ESG 통합등급은 C~B+ 사이를 오갔다. 지주사 ㈜코오롱은 2020~2021년 B등급을 유지하다 2022년 C등급으로 한단계 내려갔고 같은 기간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플라스틱도 B에서 C로, B+에서 B로 한단계씩 내려갔다. 한국ESG기준원은 D에서 S까지 총 7개로 등급 체계를 나누는데 B~B+등급은 전체 평균이다.
그나마 ESG 경영에 적극적이라 평가받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20년 B+에서 2021년 A로 한단계 올라가며 성과를 보이나 싶었지만 2022년 다시 B+로 내려갔다. 지난해 설립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아직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등급 평가를 받지 않았다.
등급 상향으로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평가에서 ㈜코오롱이 통합등급 C에서 B+로 두계단 올라섰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똑같은 B+등급을 받았지만 분야별 평가 중 사회(S) 분야에서 A+등급을 받았다. 코오롱그룹 계열사가 분야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첫 사례다.
화학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굴뚝 산업 특성상 ESG 경영 확대가 제한적이지만 등급에서 드러나듯 그룹 내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ESG 체제를 안착시켰다. 제조부문에서는 김영범 대표(사장) 직속의 안전보건센터(이상근 센터장)를 설립했고 회사 내 또다른 사업인 FnC부문에 CSO(한경애 부사장)를 별도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사업·지원·생산·연구개발 등 각 본부가 참여하는 전사 차원의 ESG위원회를 꾸려 주요 안건과 과제를 이사회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맡겼다. 해당 위원회는 이사회 내 조직은 아니지만 사외이사를 자문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체계 구축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통합등급이 한단계 내려간 2022년에 이뤄졌다.
◇이사회 차원의 변화 시도하는 ENP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 코오롱플라스틱도 올해 본격적인 ESG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에 나선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 내 위원회로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설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내 ESG 관련 조직을 재정비한다.
올해 사명을 코오롱ENP로 변경하는 코오롱플라스틱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상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에 해당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으로, 앞으로 이사회 중심의 ESG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자체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경험이 없는 코오롱플라스틱은 올해 첫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릴 계획이다. 논의 초창기 단계이지만 해당 TF가 향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승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코오롱그룹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게 하고 별도의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 차원의 ESG 경영 체제를 갖추지 못해 각 계열사의 지배구조(G) 평가 등급도 B~B+에 머물렀다. 코오롱플라스틱 역시 지배구조 평가에서 4년 연속 B+등급을 받았다.
현재 코오롱플라스틱이 운영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는 경영위원회 하나뿐이다. 자산총액(2023년 3559억원)이 2조원 미만인지라 상법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는 없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설치되면 코오롱플라스틱의 두번째 이사회 내 위원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