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77% 폭락하며 '검은 월요일'로 기록된 지난 5일, 코오롱ENP는 시장 하락률의 2배에 가까운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다. 당시 코오롱ENP는 전 거래일 대비 15.65% 하락하며 566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21년 3월16일(5650원) 이후 코오롱ENP 주가가 처음으로 6000원 아래로 내려간 사례다.
다만 그 이후에는 시장과 함께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6일 6.18%(코스피 3.30%) 급등한 이후 7일 3.16%(코스피 1.83%), 8일 0%(코스피 -0.45%) 등의 회복세를 기록했고, 상승률만 놓고 보면 코스피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9일 올해 2분기 실적이 공개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코오롱ENP는 이날 오전 10시20분경 2분기 실적을 공시했는데 석유화학·소재 업황이 불황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도 수익성 증대에 성공하며 주가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ENP 실적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올 2분기 실적으로 매출 1210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와 8.9%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지난해부터 전방시장인 산업수요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부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ENP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범용 제품이 아닌 산업용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같은 산업용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주요 제품인 폴리옥시메틸렌(POM)은 기존 내연차·전기전자 부품뿐 아니라 전기차·의료용 소재 등으로 활용된다. 경기 위축으로 전방시장이 악화하면 그만큼 코오롱ENP에 대한 수요도 줄기 마련이지만 고부가 제품군으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한 셈이다.
실제 코오롱ENP의 주요 제품군은 지난해 가격 하락을 경험한 이후 연초 상승 흐름을 탔다. 2022년 톤당 2737달러였던 POM은 지난해 1984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올 1분기 2013달러로 올라온 상태다. 코오롱ENP의 다른 제품군인 폴리아미드(PA)도 지난해 하락세를 떨쳐내고 조금씩 회복하는 흐름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회복했다고 볼 순 없지만 친환경 소재 수요 확대에 따라 코오롱ENP의 수익성이 점차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코오롱ENP의 2분기 실적을 전망한 증권사가 단 1곳(신한투자증권)뿐이긴 하나 이곳에서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91억원)를 넘어서는 데는 성공했다.
시장에서도 코오롱ENP의 실적 상승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폭락장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던 코오롱ENP 주가는 이날 오전 실적 공개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전 거래일 대비 1.45% 상승한 62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률(1.24%)을 웃도는 상승률로, 코오롱ENP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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