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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다. 핵심은 사외이사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도 객관적 절차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다. 젠더 다양성, 전문성 분포, 추천 절차, 후보군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현황과 개선 노력을 살펴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금융권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며 사외이사 구성 현황에 대해 문제 삼았다. 사외이사 중 여성 수가 부족해 젠더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고 직군도 학계에 편중돼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KB금융은 금융권 젠더 다양성 측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가 올들어 여성 사외이사 숫자를 늘렸지만 아직 현원을 유지한 KB금융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성 사외이사의 직업군과 전문성을 살펴봐도 KB금융은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현원 유지에도 아직 한발 앞서…여성 의장도 배출할까 이달 열리는 4대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는 사외이사진 면면을 보면 사외이사 수는 총 3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은 10명으로 31%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총 30명 중 7명이 여성으로 2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 가량 비율이 높아졌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높아진 건 주요 금융지주가 금융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송성주 후보를 신규 추천해 여성 숫자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린다. 하나금융은 윤심 후보 추천으로 1명에서 2명이 된다. 우리금융은 기존 송수영 사외이사 퇴임과 이은주·박선영 후보 선임이 맞물리면서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한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현원 그대로 유지하는 유일한 곳이다. 권선주·조화준·여정성 사외이사가 올해도 임기를 이어간다. 다른 금융지주가 여성 사외이사를 1~2명 늘렸지만 여전히 KB금융은 신한금융과 함께 최다인 3명을 기록하고 있다.
비율만 놓고보면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높다. KB금융은 7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 43%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9명 중 3명으로 33%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9%, 22%에 그친다.
KB금융이 이번에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할지도 관심사다. 기존 이사회 의장인 김경호 사외이사가 퇴임하면서 의장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상 이사회 내 재직 기간이 가장 긴 인사가 의장 자리를 맡는다. 재직 기간이 같을 경우 연장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권선주 이사는 남은 사외이사 중 가장 오래 근무했고 1956년생으로 최연장자다.
◇'금융인·기업인' 다양한 직업군…타사는 아직 '교수' 편중 여성 사외이사 직업군·전문성 다양성 측면에서도 KB금융이 우위였다. 권선주 이사는 IBK기업은행장을 지낸 금융회사 CEO 출신이다. 조화준 이사는 기업과 금융회사를 거쳤고 CFO를 맡은 이력이 있다. C레벨 임원 출신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고 있는 건 KB금융이 4개 금융에서 유일하다. 여정성 이사는 현직 교수로 3명의 여성 사외이사 모두 차별화된 커리어를 쌓았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직군이 학계에 편중됐다. 신한금융 3인과 우리금융 2인 모두 현직 교수다. 각 사외이사와 후보별로 다양한 대외 활동 이력을 쌓았지만 주로 학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나금융은 기업인과 교수 출신이 각각 1명 씩이다.
현직 교수가 많은 건 대다수 금융지주 이사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사외이사 선임 기준인 전문성을 충족하려면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거나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해 교수가 후보풀 유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교수는 현 직업과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어 이사회 진입이 용이하다.
금융권에선 충분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풀을 조성하는 동시에 학계 밖으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건 아직 녹록지 않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 정도만 두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구성원이 남성, 교수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해 반대로 여성, 비교수를 모시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다양성을 기준으로 할 때 KB금융 이사회가 가장 균형 잡혀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