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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배터리 투자에 허리 휘는 SK이노, 조달전략 달라질까

지난해 CAPEX만 11조원, 보유 자산 활용할 가능성 '주목'

김위수 기자  2024-03-13 15:05:2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과제는 계속되는 투자 속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현금창출력이 없는 배터리 등 신사업 부문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천문학적이다. 기존 캐시카우인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에서 적지 않은 이익이 나고 있지만 투자금을 충당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올해도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관심사는 '조달'이 될 전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최창원 체제'가 시작되며 SK그룹 사업 및 투자 현황 전반에 대한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과 재계에서도 SK그룹의 행보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투자 유치, 유상증자, 차입 등을 활용했던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조달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EBITDA 4조 넘겼지만, CAPEX는 '11조'

13일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집행한 자본적지출(CAPEX)은 총 11조4949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린 신사업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한 투자활동이 지속된 결과다. 대부분의 투자는 자회사 SK온을 통해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SK온의 CAPEX는 9조80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래 SK이노베이션의 CAPEX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2조7544억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CAPEX 규모는 2020~2021년 연간 3조원대에서 2022년 7조원, 지난해 11조원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국내 배터리 사업 경쟁자인 LG와 삼성에 비해 늦게 시장에 진입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 SK그룹은 사업 확장에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이익 규모가 결코 작지는 않다. 배터리 투자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SK이노베이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조710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다소 꺾였음에도 4조1355억원의 EBITDA를 거뒀다. 단 SK이노베이션이 투자를 위해 필요로 하는 금액에는 한참 못미친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형태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SK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로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4조8000억원여의 조달에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차입 활동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 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자체적으로도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도 필요한 조달, SK이노가 보유한 카드는

이같은 자본조달 활동으로 레버리지 지표의 상승 흐름을 제어할 수 있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약 3조원 많아진 30조원으로 계산됐다. 차입금은 늘어났지만 차입금의존도는 40.4%에서 38.8%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189.2%에서 169.3%로 가라앉았다. 자본의 규모를 늘린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본총계는 2022년 23조원에서 지난해 30조원이 됐다.

문제는 올해도 7조5000억원의 배터리 사업 투자를 포함한 9조원 규모 CAPEX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에 흩어져있는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APEX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SK온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다. 3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 중이지만 차입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온의 차입금의존도는 50%에 달했다.

추가적인 조달 활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 사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차입은 재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재무 이슈는 아무래도 SK온의 투자 계획과 SK온의 재무안정성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유·윤활유 등 부문의 실적흐름이 나쁘지 않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재무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조달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자회사들을 다수 거느린 만큼 자회사 지분 매각부터 기업공개(IPO)까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는 입장이다.

SK온 자체적으로도 지분 매각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계열사 중 견조한 업황에서 사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SK에너지·SK엔무브 등도 자금조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과거 지분 매각을 시도했던 SK지오센트릭의 경우 신사업인 친환경 사업을 제외한 납사분해설비(NCC) 등에 대한 처분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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