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SK플래닛이 많지 않은 영업이익에도 차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는 구조조정 시기 적극적인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한 이유가 크다. OK캐쉬백 비즈니스에 따른 예수금이 포함돼있지만 그럼에도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지급을 줄이면서 현금을 쌓고 있다. 풍부한 현금은 위메이드와의 사업 협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SK플래닛은 SK그룹의 플랫폼 계열사로 마일리지 서비스 OK캐쉬백과 모바일 지갑 서비스 시럽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초 SK텔레콤이 2011년 10월 플랫폼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했지만 2021년 11월 SK텔레콤이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하면서 SK플래닛도 SK스퀘어 산하로 옮겨왔다. SK스퀘어가 지분 86.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플래닛은 2015~2019년 5년간 영업이익이 적자였다.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이익이 흑자이지만 2022년 27억원, 지난해 4억원 등 이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크지 않다. 영업이익은 현금창출력의 근간이므로 적은 영업이익은 차입 부담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말 SK플래닛의 총차입금(리스부채)은 303억원이다. 이마저도 2022년말 2억원에서 늘어난 것이다. 2022년말 2억원은 모두 리스부채로 차입금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신한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300억원이 추가됐다. 그럼에도 차입금의존도는 7.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부채총계(1868억원)의 절반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성격의 예수금(927억원)이므로 실질적인 재무건전성은 더 높다.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948억원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으로 보면 마이너스(-) 645억원으로 여전히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총계(4089억원)에서의 현금성자산 비중이 23.2%로 여전히 충분하다.
SK플래닛이 현금성자산이 비교적 많은 이유는 OK캐쉬백 예수금 때문이기도 하다. OK캐쉬백 예수금은 재무제표상 자산에는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부채 성격이므로 SK플래닛이 사실상 임의로 이용할 수 없는 돈이다.
그럼에도 차입 부담을 최소화한 데는 그동안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한 덕분이다. SK플래닛은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되던 시절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이기에 매진했다. 계열 외 매각에 이어졌다. 2017년 10월 광고대행사업부문을 SM C&C에 넘겨 660억원을 유입한 점이 대표적이다. 당시 모회사였던 SK텔레콤이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 SM C&C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653억원을 투입한 직후의 일이다. 2018년 10월에는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BGF에 매각해 299억원을 유입하기도 했다.
계열 내 매각도 빈번했다. SK그룹 계열사 현금이 동원됐다. 2018년 8월 사모부동산펀드(하나대체투자랜드칩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3호) 지분 16.9% 전량을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5곳 계열사에 나눠 매각해 합산 685억원을 유입했다. 2019년 7월에는 십일번가 지분 1.55% 전량을 십일번가에 매각해 425억원을 유입했다. 십일번가는 앞서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인적분할됐다.
2022년 2월에는 SK엠앤서비스 지분 100%를 피에스앤마케팅에 넘겨 729억원을 확보했다. 유형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확보 사례도 있다. 2019년 8월 SK플래닛 판교사옥 지분 59.8%를 SK텔레콤에 매각해 779억원을 손에 쥐었다.
SK플래닛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현금성자산을 사실상 쌓아두고 있다. 자본적지출도 연 100억원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적고 현금배당도 2022년 SK엠앤서비스 지분 매각에 따른 500억원 외에는 최근 수년간 지급한 사례가 없다.
비교적 풍부한 현금성자산은 최근 위메이드와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SK플래닛은 위메이드 지분 1.27%를 150억원에, 위메이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2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위메이드는 SK플래닛 지분 12.39%를 SK스퀘어로부터 350억원에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