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창에서 여러 종목을 들여다보면 유독 눈길을 끄는 종목이 하나 있다. 2021년 이래 '주가 랠리'를 계속 이어온 HD현대일렉트릭이다. 지치지 않고 산길을 걸어가는 등반가의 모습마냥 상승을 거듭했다.
2021년 1월 1만7000원대에 그쳤던 주가는 이달 들어 13만원선을 넘겼다. 3년새 7배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돌이켜보면 주가 상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자본 재배치와 수주 전략 조정으로 실적 증대 기반을 닦고 임원이 몸소 주식을 매입하는 '삼위일체' 노력이 빛을 발했다.
여느 기업이 그렇듯 HD현대일렉트릭도 시련의 나날을 겪었다. 2019년 해외시장의 전력설비 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철헌 전무(현 HD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는 비주력 자산을 매각했다. 불가리아 법인, 울산 변압기 공장을 처분해 얻은 돈으로 차입금을 갚았다.
수주 방침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경영진은 예전과 달리 무리한 비용 투입을 수반하지 않는 '고수익성' 프로젝트에 입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옥석을 가려내면서 수주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2021년 제로(zero) 수준에서 2022년 6%, 지난해 11% 까지 껑충 뛰었다.
사업 내실 다지기를 넘어 꾸준히 성장할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자세도 중요하다. 이철헌 전 CFO는 솔선수범했다. 2019년과 2021년에 자사주를 1만여주 사들였다. 주주 이익과 기업가치 상향을 둘러싼 소명을 합치시키는 행동이었다. '주가 상향에 내 돈을 걸었으니 믿고 우리 회사 주식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효과적인 행보였다.
정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둘러싼 세간 관심이 쏠린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지표 상향에 논의가 집중된다. 하지만 기업가치 상향의 본질은 숫자 조정보다 '회사의 지속적 성장'과 맞닿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정도(正道)에 충실했다.
재작년 가을에 만났던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우리 회사 실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주식 매수해도 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다. HD현대일렉트릭의 눈부신 성장기를 곱씹어 보니 아쉬움이 밀려오면서 온갖 상념에 잠긴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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