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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 장기 외형성장 관건 '순이익'

현금성자산 웃도는 증설투자…순이익 확대가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 만회 키워드

강용규 기자  2023-12-15 15:50:3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전력기기회사 HD현대일렉트릭이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늘어난 수주물량 소화와 성장시장 공략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그간의 수익성 개선에 외형성장 효과가 더해지며 실적의 체급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 기반의 자체 현금창출력 확대가 투자 완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수주잔고 증가에 대응해 재고자산을 불리고 있어 영업에서의 현금흐름이 제한되고 있다.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가운데 부채 부담이 적지 않아 외부 자금조달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잇따른 설비투자로 매출확대 전망…문제는 투자재원

최근 HD현대일렉트릭은 2025년 10월까지 1173억원을 투입해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를 짓는 계획을 내놓았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힘입어 새롭게 성장시장으로 떠오르는 배전기기 시장의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0월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울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법인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2024년까지 45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공장 신설 등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봐 왔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올 3분기 말 기준 5조1571억원에 이른다. 전년 말보다는 46%, 2021년 말보다는 113% 급증하는 등 잔고의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잔고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반면 공장 가동률이 2021년에 이미 95%를 넘어서는 등 생산능력은 일찌감치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 측에 따르면 2030년을 넘어가는 장기 공급계약에 대한 문의까지 들어올 정도로 시장 환경이 긍정적이다. 당면 설비투자만 완수할 수 있다면 외형 성장세에 힘이 더해지는 효과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3분기 말 기준 1527억원에 불과하다.

◇영업현금흐름 제한 불가피, 외부 조달은 제한적…순이익이 열쇠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2020년 5243억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수주 증가 추세와 반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 역시 2020년의 2045억원이 정점이었다. 수주 증가세가 가팔라진 2022년과 올 1~3분기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기록되고 있다.

영업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흐름 창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일감 소화를 위한 재고자산 확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감소 효과가 지난해 2640억원, 올해 1~3분기 누적 2402억원씩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선별적 수주전략을 펴고 있으나 이미 매출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2년치가 넘는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당분간 영업에서의 원활한 현금흐름을 위해 재고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 순이익이 1620억원의 흑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제한되는 현금흐름을 만회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들어서도 HD현대일렉트릭은 1~3분기 누적 순이익 1205억원을 기록 중이다. 결국 순이익에 의존한 영업에서의 현금 창출능력이 투자재원 마련의 관건이 될 공산이 크다.

외부 조달 역시 재원 마련 옵션이 될 수 있다. 다만 부채 부담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4년 동안 재무활동에서 현금흐름상의 상환(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1208억원의 조달 기조로 돌아섰다. 이에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93%에서 올해 3분기 말 211%까지 높아져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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