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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차기 리더는

'재무통' 김옥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이끌 적임자

KB금융 사장 시절 현대증권 인수 성과…서울 출신 핸디캡 극복 과제

이기욱 기자  2024-02-15 13:19:08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사진)은 DGB금융그룹 회장 후보 3인 중 가장 예상 밖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KB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도와 KB사태로 흔들리던 KB금융을 다시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회복시킨 인물이다.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통합을 주도하는 등 특히 비은행 사업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KB국민은행 재임 당시 증권, 보험 관련 업무를 두루 경험해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서울 출생으로 영남권에서의 근무 경험도 없다는 점, 금융업 경력 공백이 길다는 점 등이 경쟁의 최대 약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후 퇴임…2015년 윤종규 회장이 직접 재영입

김옥찬 전 사장은 30년 이상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 몸담아온 정통 'KB맨'이다. 지난 6년동안 DGB금융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김태오 현 DGB금융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외부 출신이라는 점은 DGB금융 회장 선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은 KB금융에 있으며 조직 내 2인자 역할을 오래 수행해왔다. KB국민은행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있던 2013년에는 민병덕 당시 국민은행장의 사퇴 이후 잠시 동안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고 2016, 2017년 2년동안은 KB금융지주의 2인자인 사장직을 역임했다.

자연스럽게 은행장, 회장 후보로도 자주 거론됐다. 2013년에는 민병덕 행장의 후임으로 선임이 유력시 됐으나 다크호스 이건호 당시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에게 밀렸고 이후 국민은행을 떠나게 됐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김 전 사장과 KB와의 인연은 'KB사태'로 인해 다시 이어지게 된다. 2014년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둘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회장과 행장 동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KB금융의 주요 전·현직 임원들이 구원투수로 떠오르게 됐고 김 전 사장 역시 그 후보군에 포함됐다. 최종적으로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선임됐지만 김 전 사장도 1차 후보군 9명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사장은 당시 1차 후보군 발표 이후 자진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SGI서울보증 사장으로의 이동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전 사장은 KB금융 회장 선임과 같은 시기인 2014년 10월 SGI서울보증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은 SGI서울보증 사장의 임기를 1년만 수행한 후 다시 KB금융으로 돌아오게 된다. 윤 회장이 한 때 경쟁자였던 김 전 사장을 KB금융 사장으로 직접 영입했다.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던 윤 회장이 비은행 부문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2년만에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켰고 적임자로 김 전 사장을 선택했다.

◇현대증권 인수·통합 주도…비은행 수수료 비중 40%대로 끌어올려

김 전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관리본부장과 재무관리부행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다. 2015년 10월 KB금융 사장에 내정된 김 전 사장의 최우선 임무는 '대우증권' 인수였다. 하지만 SGI서울보증 사장 후임자 선정이 지연되며 김 전 사장의 합류도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대우증권 인수전을 지휘하지 못했다.

KB금융은 김 전 사장 부재 속에 대우증권 인수를 실패했고 또 다른 매물 현대증권으로 눈을 돌렸다. 2016년 초 본격적으로 KB금융에 합류한 김 전 사장은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당시 전략담당 전무)과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당시 전략기획부장)과 함께 현대증권 인수를 성공시켰다.

인수 이후 통합 작업 역시 김 전 사장이 주도했다. KB금융은 2016년 6월 현대증권과 KB증권의 통합을 위해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김 전 사장을 비롯한 양 증권사 CEO들이 참여했다. 김 전 사장의 주도 아래 이듬해 1월 통합 KB증권이 성공적으로 출범했으며 같은 해 5월 마무리 작업인 전산 통합까지 완료했다.

이후 김 전 사장은 2017년 12월까지 KB금융의 비은행 부문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 2015년 25% 수준이었던 KB금융의 비은행 수수료 이익 비중은 2016년 32.2%로 7.2%포인트 확대됐고 2017년 41%로 더욱 늘어났다.

2017년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김 전 사장은 회장, 은행장 후보 등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과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당시 KB손해보험 사장) 등과 함께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선정됐으나 본인이 고사했다. KB금융 부회장직 신설 시나리오도 거론됐으나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결국 2017년을 끝으로 KB금융을 떠났고 2020년 6월 갑작스럽게 홈앤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김 전 사장은 유통 관련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2년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CEO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홈앤쇼핑 역사상 사건 사고 없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대표는 김 전 사장이 처음이었다.

◇역대 회장 모두 대구·경북 출신…지역 경제 이해도 등 관건

김 전 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은행 외 금융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다. 국민은행에 있으면서도 자금증권부 증권운용팀장, 방카슈랑스부장 등을 역임해 증권, 보험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회장이 된다면 DG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김 전 사장의 출신 지역이다. 지방금융지주 특성상 DGB금융의 역대 회장들은 모두 대구·경북 지역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다. 하춘수 초대 회장은 경북 김천 출신이며 박인규 전 회장은 경북 경산 출신이다. 김태오 현 회장 역시 경북 칠곡 왜관 출신이다.

출생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근무 경험도 중요하다. 지역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반드시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 전 회장과 박 전 회장은 대구은행 출신 인사들이고 김 회장은 하나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을 지냈다.

반면 김 전 사장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나왔다. 본점 부서 외 영업 관련 경험은 싱가포르 현지법인, 관악지점 등에서 주로 쌓았다. 추후 선임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얼마만큼 보여주느냐과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함께 회장 후보에 오른 이들 중에는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경북 상주 출신이며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울산 출신이다.

2017년 이후 금융업 경력이 없다는 점도 상대적 취약점으로 평가된다. 황 행장은 현직 은행장이며 권 전 행장은 2022년까지 은행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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