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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차기 리더는

내부 후보 중 황병우 행장에 무게 실리는 까닭

1년 전 CEO 육성 프로그램 최고점…현행 승계 절차, 현직에 유리한 구도

최필우 기자  2024-01-23 10:57:52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long list)가 확정되면서 후보군 면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DGB금융은 외부 입김을 차단하고 평가에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달 숏리스트(short list) 확정 후에야 후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 황병우 대구은행장(사진)의 롱리스트 합류 만큼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부 경쟁 구도를 놓고 봤을 때 황 행장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년 전 진행된 대구은행 CEO 육성 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행장에 취임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승계 프로그램 정통성을 고려하면 황 행장이 앞선 경쟁에서 제친 후보들에게 밀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CEO 육성 프로그램 점수로 행장 등극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9일 차기 회장 롱리스트를 확정했다. 롱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황 행장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황 행장은 승계 프로그램 가동 전부터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함께 최고경영자 기본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현직 은행장은 차기 금융지주 회장 도전에 가장 유리한 위치로 꼽힌다. 국내 금융그룹 내 은행의 비중이 압도적인 영향이다. DG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 중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2%(3분기 기준)에 달한다.

황 행장이 DGB금융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그에게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황 행장은 2년에 걸쳐 CEO 육성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함께 평가 선상에 있었던 내부 인사들 중 최고점을 받아 지난해 3월 행장에 취임했다.

시스템을 통한 평가가 관행을 뒤집은 첫 사례였다. 당시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첫 임기를 마친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임 전 행장 역시 CEO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초대 대표였고 재임 기간 실적도 준수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진이 없는 한 추가 임기를 부여하는 관행을 뛰어넘고 황 행장이 판을 뒤집은 것이다.

내부 인사 중에는 황 행장 외에도 CEO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롱리스트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구은행 CEO 육성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는 대표이사 회장 승계 프로그램에서 평가가 뒤집힐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황 행장이 최고점을 받은 지 불과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판세에 큰 변화를 점치긴 어렵다.

◇1967년생, 세대교체 적임자 평가

황 행장과 함께 CEO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전직 임원들도 롱리스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DGB금융지주, 대구은행에서 퇴직한 임원들도 큰 범주에선 내부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황 행장은 세대교체 명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67년생으로 대구은행장에 선임될 때도 세대교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금융지주 회장들이 대부분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출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 내에서도 젊은 CEO로 부각될 수 있다.

DGB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엄격한 CEO 나이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회장 선임에 고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DGB금융은 67세를 넘으면 CEO에 취임할 수 없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70세를 기준선으로 정한 곳들보다 3세 낮다. 연령대가 낮은 CEO 후보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빠른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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