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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파이낸셜 인덱스(Financial Index)란? [현금흐름]
⑪운전자본 부담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매출채권, 재고자산, 선급금 등)에서 영업활동로 인한 부채(매입채무, 미지급비용 등)를 차감해 셈한다. 이 값이 클수록 기업의 상시적 활동에 자금이 많이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운전자본에서 자산의 증가는 현금의 감소를, 부채의 증가는 현금의 증가를 뜻하며 따라서 현금흐름상 순운전자본의 변동, 즉 순운전자본투자액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HD현대그룹의 운전자본 부담을 계열사별 순운전자본투자액의 증감 추이를 통해 살펴본다. 지난해 HD현대그룹의 전반적인 운전자본 부담이 경감됐다. 10개사 순운전자본투자를 합산한 금액이 마이너스(-) 1조300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2년 1조7000억원보다 3조원 감소한 규모다. 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오일뱅크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수주 선수금 증대, 재고자산 통제 등의 요인이 주효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로 10개 기업을 살폈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8개 상장사,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를 갖춘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 비상장사 2곳의 주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주회사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별도 재무제표를 토대로 분석했다.
THE CFO 집계 결과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HD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10곳의 순운전자본투자 합산액은 -1조3275억원이다. 2022년 9월 말 1조7267억원과 비교하면 3조1551억원(182.7%) 줄었다.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별도) 등 6개사의 순운전자본투자액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순운전자본투자 금액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이다. 2022년 3분기 말 -1985억원을 시현했으나 지난해 9월 말에는 -2조245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 증가 규모가 2241억원에서 594억원으로, 재고자산이 늘어나는데 따른 현금 유출액도 788억원에서 393억원으로 줄었다.
매입채무 감소로 2022년 9개월 동안 1055억원 유출이 발생했으나 지난해에는 매입채무가 늘면서 2173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대삼호중공업의 자산·부채 변동을 살피면 선박 수주를 계기로 미리 받은 선수금인 '계약부채' 증가가 두드러졌다. 현금 2조5020억원이 유입됐는데 2022년 1~9월 8197억원과 견줘 3배 넘게 불어났다.
HD현대오일뱅크의 순운전자본투자액도 2022년 9월 말 1조562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060억원으로 1조6684억원(106.8%) 감소했다. 매출채권이 연초 대비 4975억원 줄었다. 재고자산 증가수준 역시 완화했다. 2022년 9개월 동안 1조1515억원을 시현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989억원으로 8526억원(74%) 줄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순운전자본투자액 마이너스 전환을 실현했다. 1089억원에서 -49억원으로 1138억원(104.5%) 급감했다. 미수금 등을 포함한 매출채권이 연초 대비 237억원 줄었다. 재고자산은 2022년 3분기 누적 935억원 증가였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799억원 감소로 바뀌었다. 미지급급, 미지급비용 등을 반영한 매입채무는 1087억원 줄었다.
순운전자본투자액이 늘어난 계열사는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건설기계 △HD한국조선해양(별도) 등 4곳으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의 증가분이 4404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2985억원에서 1419억원으로 양전환했다. 재고자산 증가액을 3906억원에서 563억원으로 3343억원(85.6%) 줄였으나 매출채권이 연초 대비 5849억원 급증하며 운전자본 부담 완화 노력을 상쇄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순운전자본투자액도 -782억원에서 2046억원으로 2828억원 불어났다. 매출채권·재고자산 감축에 성공했으나 운전자본 부담 경감에 기여하는 매입채무가 연초 대비 1948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선박 건조 수주 계약에 따른 선수금 등이 반영된 계약부채 증가분은 873억원으로 2022년 1~9월 7378억원의 11.8%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