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Rating Watch

HD오일뱅크, CAPEX 필적한 배당 부담…하향 트리거 '터치'

부채비율 치솟자 만기 도래 신종자본증권 차환 불가피, 2500억 발행

백승룡 기자  2024-10-15 16:55:13
HD현대오일뱅크가 매년 1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이익창출력에도 투자·배당 등으로 인해 차입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HD현대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라는 이유로 매년 5000억원 안팎의 배당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HD현대오일뱅크는 당시 4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내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돌아오지만, 부채비율이 200%대로 치솟은 탓에 차환 발행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사모 신종자본증권 2500억 발행…7개 증권사 총동원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이날 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는 사모 방식을 택했다.

KB증권(700억원)을 필두로 삼성증권(500억원), NH투자증권(300억원), 한국투자증권(300억원), 아이엠(iM)증권(200억원), 신한투자증권(100억원), 대신증권(100억원) 등 7개 증권사가 나눠서 인수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키스플러스제이십팔차)을 통해 300억원을 추가로 인수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내년 예정된 콜옵션 대응 차원이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대규모 적자를 기록, △2020년 3월(2800억원) △2020년 9월(1300억원) △2020년 10월(20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43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모두 만기 30년으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이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 뒤 콜옵션 조건을 둬 내년 3월부터 줄줄이 조기상환 일정이 돌아온다.

HD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연결기준) 규모가 2021년 1조1424억원, 2022년 2조7898억원, 2023년 6167억원 등을 기록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같은기간 EBITDA 규모는 2021년 1조7995억원, 2022년 3조5789억원, 2023년 1조4876억원 수준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이익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치솟은 부채비율 때문이다. 2020년 연결기준 178.4%였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229.5%로 높아졌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증권이다.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면 신종자본증권으로 쌓아 올린 자본총계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 말과 동일한 조건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면 부채비율은 229.5%에서 246.9%로 큰 폭 상승하게 된다. 이미 부채비율이 높아진 HD현대오일뱅크로서는 코로나 당시 발행해 둔 신종자본증권을 여전히 상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HD현대오일뱅크의 등급 하향 검토요인을 ‘EBITDA 대비 순차입금’, ‘순차입금 대비 영업현금흐름(OCF)’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하향 트리거로 제시하지 않아도 근본적으로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입장이다. 한 신용평가사 실장은 “등급 하향 검토요인은 대표적인 지표일 뿐”이라며 “부채비율이 200%를 넘게 되면 AA급 우량등급을 뒷받침하는 등급 적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높아진 배당 부담, 차입금 상환 지연으로 이어져…일부 하향 트리거 터치

HD현대오일뱅크가 코로나 이후 조 단위 EBITDA를 지속하면서도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이유는 설비투자, 배당급 지급 등으로 현금 유출 규모가 컸던 탓이다. 우선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인 HPC 공장 설립을 위해 2022년까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데다 지난해에도 정기보수 등으로 약 8000억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CAPEX 규모는 1225억원 규모로 큰 폭 줄어든 상황이다.

배당 부담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별도기준 배당금 지급 규모는 2022년 3996억원, 2023년 5755억원, 올해 상반기 2672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부터는 CAPEX 규모에 필적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HD현대(지분율 73.85%)다. HD현대그룹의 핵심 캐시카우가 HD현대오일뱅크인 탓에 대규모 배당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HD현대도 연간 배당 규모가 3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HD현대오일뱅크에서 HD현대로, HD현대에서 총수일가 등으로 배당이 이뤄지는 구조다.

지속적인 고배당 기조는 HD현대오일뱅크의 차입금 상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 규모는 2020년 6조378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9조3082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HD현대오일뱅크의 등급 하향검토요인으로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 5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분자 항목인 순차입금 규모가 늘면서 지난해부터 하향 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규모 설비 운영에 따른 CAPEX와 함께 배당금 지급 규모 등도 HD현대오일뱅크의 현금흐름과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상반기 운전자본투자와 주주환원정책 강화 기조에 따른 고배당 지급 등으로 HD현대오일뱅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며 “향후 투자 및 배당 조절을 통한 차입금 감축 수준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경쟁사인 에쓰오일(S-OIL)이 등급 상향 압력이 커진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AA0(안정적) 등급을 보유한 S-OIL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고, 한국기업평가는 AA+(안정적)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나머지 정유사들은 각각 AA0, AA+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