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피탈이 약 9개월만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올 한 해 위기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재무지표를 관리해왔던 오용하 상무가 롯데지주로 떠나고 내부 출신 김남희 상무보(
사진)가 CFO에 선임됐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온 내부출신 선임 기조는 이어졌다.
김 상무보는 재무와 여신관리, 개인·기업·부동산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조달뿐만 아니라 영업 규모 관리, 비용효율화 등 효율적인 자금운용 역량이 요구되는 시기에 걸 맞는 '팔방미인'형 인재라는 평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최근 인사를 통해 김남희 상무보를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CFO에 선임했다. 롯데캐피탈의 경영지원본부장은 자금팀과 회계팀, 총무팀, 인사팀 등을 이끌며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다.
대표이사와 함께 유일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할 만큼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 상무보 역시 추후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CFO 교체는 롯데캐피탈 안팎의 예상을 벗어나는 인사다. 지난 3월 오용하 전 경영지원본부장 상무가 선임된 지 단 9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앞서 CFO를 역임했던 김두한 상무의 경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4년의 임기를 수행했었다.
오 상무의 갑작스러운 이동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오 상무는 연말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에서는 재무가 아닌 인사 쪽 업무를 담당한다.
내부출신 CFO 기조는 유지됐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캐피탈의 CFO를 타 계열사 출신 인사가 역임하고는 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CFO를 지낸 고정욱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고 대표는 롯데건설과 호텔롯데를 거쳐 롯데캐피탈로 왔다.
경영전략본부에서 경영지원본부가 분리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부 출신인사가 CFO를 맡아왔다. 김두한 전 상무와 오 전 상무 모두 롯데캐피탈 출신 인사다. 김 상무보 역시 지난 2003년 롯데캐피탈 입사 후 줄곧 롯데캐피탈에서 근무했다.
김 상무보는 1973년 출생으로 속초고등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롯데캐피탈 개인금융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금융2팀, 기업영업팀장, 리스관리팀장, 여신관리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자금팀장을 맡으며 경영지원본부에 오게 됐고 2021년부터 최근까지는 총무팀장을 맡았다. 전통적인 재무전문가는 아니지만 영업과 여신관리 등을 두루 경험한 '팔방미인' 형 인재다.
내년 김 상무보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것은 내실경영 기조의 유지다. 올해 롯데캐피탈은 영업과 조달을 함께 줄이는 방식으로 조달 환경 악화에 대응해 나갔다. 그룹사 이슈로 신용등급 하락까지 겪은 롯데캐피탈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Negative)'에서 'A+안정적(Stable)'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캐피탈의 조달 평균잔액은 7조5048억원으로 지난해(8조220억원) 대비 6.9% 줄어들었다. 조달 내 회사채 비중도 76.6%에서 71.1%로 5.5%포인트 축소됐다.
조달 구조가 변화되자 롯데캐피탈은 영업 속도 조절함으로써 유동성을 관리해 나갔다. 지난 3분기 기준 롯데캐피탈의 운용자산 평균 잔액은 9조2813억원으로 지난해(9조7342억원) 대비 4.7% 줄어들었다. 3분기말 유동성 비율은 217.56%로 지난해말(225.56%)와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내년 역시 동일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금 운용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영업 규모를 관리하고 비용을 효율화하는 작업이 중요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과 개인, 기업, 리스 등 주요 영업 분야 모두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김 상무보의 역량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