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롯데캐피탈이 신용등급 불일치(스플릿) 상태에 놓였다. 롯데캐피탈은 그룹 내 존재감이 있는 계열사는 아니지만 금융사인만큼 여신전문채권(여전채) 발행 규모가 크다. 현재 롯데캐피탈 채권 잔액만 5조원을 넘는다.
롯데캐피탈의 등급 스플릿은 각 신용평가사에 따라 그룹의 지원여력 반영여부에 따라 발생했다. 롯데캐피탈 회사 자체신용도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그간 그룹의 지원 여부에 따라 1노치(notch) 상향된 것이 때문에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롯데그룹 정기 신용평가 마무리…롯데캐피탈도 못 피한 등급 하락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의 정기 신용평가가 일단락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룹 내 주력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여타 계열사의 등급 변동이 불가피했다. 롯데캐피탈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캐피탈은 신용평가사 별로 등급이 엇갈렸다. 기존 롯데캐피탈의 등급 전망 역시 각사별로 달랐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정기 평가 때 등급 및 전망을 'AA-, 안정적'로 봤다. 직전 평가와 동일했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현재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는 롯데파이낸셜로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32.59%, 부산롯데호텔이 4.69% 등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하면 총 92.6%다. 롯데파이낸셜은 일본 법인으로 롯데캐피탈과 동일하게 개인금융, 기업금융, 리스 등을 담당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다.
등급 스플릿에도 신용등급은 보수적으로 낮은 등급을 적용하기 때문에 롯데캐피탈의 유효 신용등급은 'A+'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받으면서 동일등급 여전채에 비해 높은 민평금리에 평가됐던만큼 등급 하향 역시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다.
다만 롯데캐피탈은 여전사이기 때문에 여타 계열사보다 채권 발행 규모가 크다. 조달금리 변동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나이스 F&I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미상환채권 잔액은 5조3300억원, 기업어음(CP) 잔액은 1조100억원이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의 채권 잔액은 2조6600억원, 호텔롯데의 채권잔액은 2조450억원이다.
◇ 그룹 지원가능성이 가른 차이…한기평·나신평, 계열통합신용도 하락에 더 중점 각 사의 신용등급이 달라진 데에는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보는 시각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등급 조정을 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반영,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의 지원가능성은 롯테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을 포함한 주력사의 해당 산업 내 우수한 시장지위 및 경쟁력에 지지되는 지원능력과 지원의지를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는 1노치 높게 신용등급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에 등급 조정이 있었던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케미칼(AA+, 부정적→AA0, 안정적), 롯데지주(AA0, 부정적→AA-, 안정적) 등이다. 롯데캐피탈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변화가 없었다. 롯데파이낸셜은 2019년부터 롯데지주, 롯데건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등의 보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2020년 6월 최대주주가 됐다.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의 신용등급 변동은 없었지만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계열통합신용도 하락에 더 주목했다. 계열통합신용도는 그룹 내 비중 및 중요도가 높은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호텔롯데의 자체 신용도를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그룹 내 비중 및 중요도가 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계열통합신용도가 하락했다"며 "자체 신용도와 지원주체 신용도인 계열통합신용도 간 차이가 축소되면서 계열지원가능성을 미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같은 이유로 자체 신용도에서 노치 조정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