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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IP' 열혈강호의 생존전략

①공성전 도입, 아이템 판매 강화 후 이용자수 역주행…중국 규제 강화도 호재

고진영 기자  2023-12-26 15:39:18
IT업계에서 레거시(Legacy)란 아직 쓰이고 있지만 낡고 오래된 무언가를 뜻한다.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은 이런 레거시 지식재산권(IP)이 부활한 대표적 케이스다. 거의 20년 전 출시됐는데 여전히 팔팔한 캐시카우로 엠게임을 견인하고 있다. 엠게임이 이렇다할 신작 없이도 올해 창사이래 최대 외형을 달성한 배경이다.

엠게임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고 규모인 559억원의 연결 매출을 기록했다.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열혈강호 온라인이다.

엠게임은 게임별 매출을 구간별로만 공개하고 있으며 열혈강호 온라인이 연간 매출 300억원 이상, 나이트 온라인이 100억원 이상을 낸다. 이 밖에 10억~50억원 사이의 매출을 버는 게임으로 △이터널시티 △영웅온라인 △귀혼 △드로이얀 온라인 등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회사의 주축인 열혈강호 온라인이 2004년 11월에 출시됐다는 점이다. 벌써 19년이 넘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다는 특성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생명력이다.

엠게임은 1999년부터 게임 제작과 배급을 시작한 1세대 게임 개발사로 꼽힌다. 창업자인 손승철 회장이 반도체 장비회사 '매닉스'에 게임개발 사업부를 신설했다가 '위즈게이트'란 이름으로 떼어낸 게 시초가 됐다. 2003년 엠게임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이듬해 출시한 열혈강호 온라인이 국내에서만 48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한다. 2000년대 초반 한게임과 함께 국내 양대 게임포털로도 꼽히기도 했다.

2008년엔 연매출 600억원을 찍으면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성장세는 계속되지 않았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한 게임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다, 후속작인 '열혈강호2'마저 시장에서 싸늘한 반응을 얻었던 탓이다. 2013년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고 2017년까지 매출 역성장이 이어졌다.


대전환의 계기가 된 시점은 2019년이다. 이때 열혈강호 온라인에 공성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새로운 던전과 신규 캐릭터 '미고'를 추가하면서 커뮤니티(길드연합, 동맹,문파)가 활기를 띠었다. 또 기존엔 보수적으로 운영하던 아이템 판매를 강화했으며 중추절과 광군제 등 기념일 행사도 본격화했다. 그러자 줄었던 유저 수가 중국을 중심으로 역주행을 시작했다.

중국의 규제 강화도 뜻밖의 호재가 됐다. 중국은 2018년 즈음부터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콘텐츠 내용과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지칭하는 '판호' 발급 역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국내외 게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신작 게임에 대해 판호 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연간 발급총량을 통제 중이다. 이는 유저들이 열혈강호 온라인으로 유저들이 몰리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열혈강호 온라인이 '18세 이상' 게임이라 규제를 피해간 덕분이다.

지난해 기준 열혈강호 온라인의 월평균 동시접속자 수는 2018년과 비교해 2배에 가깝게 늘었다. 덕분에 중국 유통사와의 계약도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에 연장할 수 있었다. 계약은 3년마다 갱신되는데 2019년 계약금으로 약 400만달러(한화 55억원) 를 받은 반면 2022년 연장계약의 경우 그 4배 수준인 1800만달러(236억원)에 성사됐다. 이 가운데 500만달러를 작년 4분기에 인식했고 남은 1300만달러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안분 인식한다. 분기당 약 20억원 수준이다.

현재 엠게임의 해외 매출은 전체에서 약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매출의 경우 퍼블리셔가 마케팅을 진행해고 엠게임은 로열티를 받는 구조이다 보니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엠게임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40.9%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올해의 경우 9월 말 기준 21.8%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두 자릿수를 지켰다.

올 들어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는 지급수수료 때문이다. 엠게임은 지난해 11월 북미와 유럽에 게임 '나이트 온라인'의 신규 서버를 오픈하면서 공동 개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9월 말 기준 2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6억원이었는데 58%가량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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