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인적분할 이후 성일하이텍은 재무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곳이다. 2017년 말 150%대로 시작한 부채비율이 3년 뒤인 2020년 말에는 734%까지 폭등했다. 그러다 작년 기업공개(IPO) 이후 부채비율이 다시 50%대로 내려앉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재확립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성일하이텍은 4~5년 전만 하더라도 비교적 생소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계에서 '몸집 키우기'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120억원, 63억원의 영업손실을 맞으며 타격을 입는다. 연 매출이 500억~600억원 수준이었던 당시 성일하이텍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린 대규모 적자가 뼈아팠다.
2010년대 후반은 성일하이텍이 폴란드와 헝가리에 해외 기지를 세우고 공장을 짓기 시작하는 등 현금 수요가 많았던 시절이다. 이때 맞이한 대규모 적자로 고민에 빠진 성일하이텍의 해답은 메자닌 발행이었다. 전환상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발행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400~700%대까지 치솟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성일하이텍은 2019년 각각 200억원씩 CB와 RCPS를 발행했다. 이듬해에도 130억원의 RCPS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외 26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도 발행했다. 2021년에도 100억원의 RCPS를 발행하는 등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재무적으로 큰 변화가 찾아온 시점은 작년이다. 작년 성일하이텍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1300억원을 끌어모았다. 동시에 메자닌 투자자들이 보유한 RCPS·CB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다. 성일하이텍의 자기자본이 급속도로 불어난 셈이다.
실제 IPO 유상증자와 더불어 보통주 전환이 이뤄진 2021~2022년 자본확충이 상당량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말 성일하이텍의 자본총계는 2912억원으로 2020년 말 174억원 대비 16.7배 늘어났다. 부채비율이 700%대에서 순식간에 44%로 하락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당연히 대가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주주인 이강명 회장의 지분율이다. 상반기 말 기준 이강명 회장과 공동창업주인 이경열 사장의 성일하이텍 지분율은 각각 19.41%, 13.28%다. 특수관계인을 합해도 성일하이텍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32.77% 수준이다.
IPO와 투자자 전환권 행사 이전에는 이강명 회장의 성일하이텍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40%였다. 이경열 사장 역시 27.4%로 두 인물의 지분율 합이 전체 지분의 과반이었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최대주주들의 지배력이 일부 희석된 셈이다.
상반기 말 현재 주주 명부에 FI들은 없다. IPO 과정에서 모두 엑시트했다. 이 회장 및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사업 파트너로 있는 삼성물산(4.9%)과 삼성SDI(8.73%) 등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