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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CFO, 글로벌 대관업무 손떼나

GPA팀장→실장 승진, CFO와 같은 사장급…추후 조직개편서 분리 전망

원충희 기자  2023-11-27 10:58:03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삼성전자가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GPA(Global Public Affairs)팀장을 실장으로 승진시켰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지원실장 산하 조직에서 분리될 전망이다. 향후 조직개편 상황을 봐야겠지만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27일 발표한 '2024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 따르면 김원경 삼성전자 DX부문 경영지원실 GPA팀장(사진)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동시에 GPA팀장에서 실장으로 직책이 바뀐다. 삼성전자의 스태프부서 조직은 파트→팀→실의 구조를 갖고 있다.

조직장이 사장급으로 승진하면서 팀 조직→실 조직로 사실상 승격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직개편에서 GPA실은 경영지원실 산하에서 벗어나 별도 실급 조직으로 편제될 전망이다. GPA팀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해외법인 관리를 비롯해 사회공헌과 대외활동, 현지정부와 소통하는 대관업무 등 현지 경영현안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12개 사업장과 가전, 휴대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소속 9개 해외지역총괄, 반도체 등을 주관하는 DS부문 산하 5개 지역총괄, 전장부품 자회사 하만(Harman) 산하 종속기업 등에서 주요 제품을 제조, 개발하고 마케팅, 영업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북미, 구주, 동남아, 중국 등 활동영역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다. 글로벌 수준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고 제조, 판매하는 만큼 대관도 국내뿐 아니라 사업장이 위치한 해외국가들에 걸쳐 이뤄진다. 이 조직은 현재 경영지원실장 산하에 있다.

삼성전자에서 경영지원실장은 CFO로 통한다. 재무뿐만 아니라 기획, 인사·노무, 상생협력, PR, 컴플라이언스 등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인사다. 대관과 ESG 역시 그의 소관 하에 있었다. 그러던 중 앞서 2020년 말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GPA팀 밑에 있던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소속도 CFO가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에서 CEO 직속조직으로 바꿨다.

GPA실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CEO 직속 재편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후 조직개편을 봐야겠지만 사장급 인사를 같은 사장급인 경영지원실장 산하에 두진 않을 듯하다"며 "실급 조직이 된 만큼 CFO 휘하에서 분리되는 순서일 듯"하다고 말했다.

김원경 사장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다. 외교관 출신 미국 변호사 1호인 그는 외무고시 24기로 외교통상부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은 협상주역 중 한명이다. 2012년 3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무선사업부 글로벌마케팅 전무를 역임했다.

2014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간 부장급이 이끌었던 워싱턴사무소에 외교관 출신 전무급 임원이 왔다는 게 화제였다. 미국 워싱턴사무소는 판매법인 성격이 아니라 미국 정·관계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미국 내 사회공헌 사업부터 현지정부와의 협상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시행 추진 등을 겪던 와중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런 경력들로 인해 삼성전자 내에선 글로벌 대관과 사회공헌, 통상협상 등의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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