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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X 톺아보기

불황에도 투자 늘린 삼성전자, DS에만 '33조' 역대급

메모리·파운드리 모두 투자 늘려…SK하이닉스는 캐펙스 줄여

김혜란 기자  2023-11-16 09:59:49
3분기까지 수조원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이 시설 투자만큼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액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불황기 이익이 줄면 허리띠를 졸라맨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투톱 SK하이닉스도 올해 3분기 누적 투자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축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모두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과감하게 투자를 늘렸다. 시장이 회복했을 때 수요에 대응하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일관되게 "불황일수록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실제로 이 기조를 캐펙스(CAPEX·시설투자액) 집행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시황 악화에도 역대급 투자

16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캐펙스는 총 36조6997억원이었다. 이 중 DS부문이 전체의 91%인 33조4408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역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캐펙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에 각각 1조5862억원, 1조6727억원의 캐펙스가 투입됐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었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32조9632억원으로 올해보다 3조원가량 투자액이 적었다. 당시 DS부문이 집행한 캐펙스만 29조1021억원으로 올해보다 역시 3조원가량이 적은 규모였다. 올해 1~3분기 극심한 불황에도 지난해보다 더 투자를 늘렸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전체 투자액은 총 53조1153억원이었고 이 중 반도체 부문에는 47조8717억원이 투입됐다. 올해에는 이보다 투자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올해 연간시설투자가 약 53조7000억원으로 연간 최대시설 투자 규모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DS부문은 연간 투자계획을 보면 47조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글로벌 시황 악화에도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수요 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내실 강화를 위한 투자 효율성 제고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체는 예상치

◇메모리 R&D 투자 비중 확대, 파운드리 확장전략 가속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시설 유지·보수에도 수조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예상되나 첨단 공정 증설·전환에 대부분의 자금이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 DS부문 중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 각각 얼마나 투자금이 나눠 들어갔는지는 공시하지 않으나, 삼성전자에 따르면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전년 대비 캐펙스가 늘었다고 한다.

우선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평택3기(P3) 설비투자와 새로 짓기 시작하는 P4 골조 투자에 일부 비용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에 따르면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선점을 놓고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신기술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역시 P3 생산능력(CAPA) 확대,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등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P3 파운드리 라인은 올해 3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한 만큼 1~3분기 투자가 많았고 테일러 공장의 경우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어 막판 캐펙스가 대거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삼성전자는 "연간으로 보면 파운드리의 투자는 작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누적투자액은 4조198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이 12조9150억원에 비해 크게 쪼그라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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