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체 매출에서 지출한 R&D 비용의 비중은 10%를 웃돌았다.
글로벌 분쟁 경쟁력 강화도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보유한 특허는 24만건에 육박했다. 올 3분기에만 5500건에 육박하는 특허가 증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기술경영이 차근차근 진행되며 힘을 갖춰가는 셈이다.
◇R&D 비용·비중 역대 최대 경신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R&D 비용은 20조789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한 수치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올 2분기까지 R&D 비용으로 13조7773억원을 썼는데 3분기에만 7조 125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의 R&D 비용은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뒤 증가세를 이어왔다. 올 3분기 누적 R&D 비용과 작년 연간(24조9192억원) 금액과의 격차는 4조1294억원이다. 올 연간 기준으로도 새로운 기록을 쓸 전망이다.
전체 매출과 R&D 비용을 비교한 비율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0.9%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 들어 글로벌 반도체, 가전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업황이 침체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연결 누적 매출은 191조15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조7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기술 경쟁력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위기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장기전 역량을 강단 있게 축적해 나가는 셈이다.
◇'기술·분쟁 경쟁력' 지표 특허 건수 24만건 육박 삼성전자는 R&D 투자를 통한 지적재산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확보한 특허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보유 특허는 2018년 말 12만 8700건이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해마다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 3분기말 기준으로는 23만9605건으로 24만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만3695건이 증가했다. 올 3분기에만 5449건이 늘었다.
글로벌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최초로 특허를 취득한 시점은 1984년이다. 그 후 애플 등과 분쟁을 거치며 이런 다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 특허를 늘려왔다. 올 3분기말 기준 미국에서 등록된 삼성전자의 특허는 9만2090건이다. 작년 말에는 8만8024건이었는데 올해 4066건이 늘었다.
미국 다음으로 보유 특허가 많은 곳은 한국, 유럽, 중국 순이다. 각각 5만6412건, 44064건, 2만2685건이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더 많은 특허가 등록됐다. 작년 말에는 5만2044건이었는데 4368건이 증가했다. 중국은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올 3분기말 2만2685건으로 작년 말(2만762건)보다 9.3% 늘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특허 취득 외에 글로벌 대기업들과 협력해 특허 보호망을 확보하고 있다.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한 곳으로는 시스코, 구글, 퀄컴,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샤프, 에릭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