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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자사주 분석

'자사주 투자' 성공한 이철헌 HD현대일렉트릭 전무

그룹 보유량 1위...최근 주가 상승으로 억대 평가이익 발생

양도웅 기자  2023-11-01 07:40:17

편집자주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기업가치 향상에 자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 소통(IR) 업무를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 안팎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THE CFO가 CFO들의 보유 자사주 규모와 매매 동향 등을 살펴본다.
HD현대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자사주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상장 계열사 CFO 7명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이는 2명이다. 지주사인 HD현대의 송명준 부사장(HD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 겸직)과 전력기기 제조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의 이철헌 전무다.

눈에 띄는 CFO는 이 전무다. 그는 HD현대일렉트릭 주식 1만135주를 들고 있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으로 보유 가치를 비교해도 이 전무의 자사주 가치는 7억원을 상회한다. 송 부사장의 1억6000만원보다 4배가 넘는다. 송 부사장은 또 다른 근무지인 HD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은 들고 있지 않다.


◇이철헌 전무, 2019년과 2021년 직접 장내매수

이철헌 HD현대일렉트릭 전무는 1969년생으로 전남대 경제학과와 단국대 경영학 석사 졸업했다. 2019년 지금의 HD현대일렉트릭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HD한국조선해양에서 원가담당과 예산지원팀·재무분석팀 담당 등으로 오래 근무했다. 대부분의 경력을 재무 부문에서 쌓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CFO 승진 코스'를 밟았다.

자사주는 HD현대일렉트릭으로 이동한 해인 2019년에 두 차례 장내매수와 유상증자 참여로 총 5135주를 취득했다. 2021년에 추가로 5000주를 장내매수했다. 두 해 모두 회사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매출액이 우상향하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였다. 이와 비교해 주가는 낮은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판단해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으로 이 전무의 예상대로 기업가치는 향상됐고 투자도 성공적이다. 지난해 HD현대일렉트릭은 5년 만에 순이익으로 전환했고 올해에도 실적 향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최근 1년간 120% 넘게 상승하며 7만원대를 넘어섰다. 이 전무의 평균 취득단가가 주당 1만5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6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 전무는 HD한국조선해양에서 근무할 때도 자사주 283주를 2018년에 장내매수와 유증 참여로 취득했다. 이 해는 그가 상무보로 승진한 때로 임원에 오르자마자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이 전무는 몸 담은 조직이 어디든 직접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꼬박꼬박 회사 유증에 참여했다.


◇'지주사·계열사 CFO 겸직' 송명준 부사장 제외 전무

두 번째로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송명준 부사장은 지주사인 HD현대와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서 CFO로 근무하고 있다. 재계에서 흔치 않은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CFO를 겸직하는 임원이다. 1969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오일뱅크 기획과 재무 부문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다.

송 부사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모두 HD현대 주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취득한 HD현대 주식 549주가 2021년 5대 1 액면분할로 늘어나면서 현재 2745주를 들고 있다. 취득 당시보다 주가가 20% 넘게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올해로만 놓고 보면 HD현대 주가는 4% 이상 올랐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진입한 효과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주주친화정책을 쓸 '카드'도 들고 있다. 전체 발행주식의 10.5%인 832만4655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유통 주식수를 확실히 줄일 수 있고 자사주 상여금으로 임직원의 주주가치 제고를 유인할 수 있다.

송 부사장과 이 전무를 제외하면 HD현대그룹에서 자사주를 보유한 CFO는 없다. 강영 HD현대중공업 부사장과 김병철 현대미포조선 전무, 배연주 HD현대건설기계 전무, 엄원찬 HD현대인프라코어 전무 등은 자사주를 들고 있지 않다. 4명의 CFO들이 속한 계열사들의 주가가 올해 일제히 떨어졌기 때문에 주주환원책에 대한 요구는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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