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노사관계의 해묵은 논란거리를 정리한다. 설비관리 계열사 HD현대중공업MOS를 흡수합병해 안전의 계열 외주화 체제를 종료하기로 했다.
노사관계(노동관리)와 안전보건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이 HD현대중공업의 약점으로 지적하는 분야다. 모스의 합병은 HD현대중공업이 안전의 내재화를 통해 해당 분야의 직접적인 평가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다.
◇HD현대중공업, 안전관리 외주화 7년만에 포기
최근 HD현대중공업은 계열사 HD현대중공업MOS(모스)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모스 지분 100%를 취득한 뒤 1대 0의 무증자 흡수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병기일은 내년 1월1일이다. 상법상 소규모 합병인 만큼 외부 감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
모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394억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총계 17조2413억원의 HD현대중공업에게 모스 지분 취득은 가벼운 지출만을 수반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이 합병은 ESG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안전관리를 다시 내재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다.
모스는 원래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의 기계설비와 동력설비, 트랜스포터 등 중장비, 크레인 등 다양한 장비의 운영 및 보전업무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한 것으로 2016년 8월 설립됐다.
이후 모스의 존재는 현대중공업을 거쳐 현 HD현대중공업 체제에서도 꾸준히 노사 갈등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조선사가 직접 장비보전을 하지 않고 계열사에 맡김으로써 안전관리가 하청 방식으로 외주화 됐다는 노조의 주장에 사측은 안전관리의 핵심 요인인 장비보전을 전문 계열사가 담당하는 것이 사고 예방 차원에서 더 낫다는 주장으로 반박해 왔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HD현대중공업의 근로손실 재해율은 100만시간당 발생건수 기준으로 집계된 2017~2019년 동안 2.01포인트(p)에서 2.81p까지 높아졌다. 사망자 수로만 따지면(협력회사 합산 기준) 2017~2019년 해마다 1명씩에서 2020년 4명, 2021년 3명, 2022년 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안전의 외주화가 유의미한 개선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5월, HD현대중공업 노사는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을 해를 넘겨 타결했다. 이 해 노사가 합의한 안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모스를 다시 합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안전관리를 내재화하는 것이 낫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드디어 힘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불상사를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과거와 달라진 안전관리의 위상을 지적했다.
◇모스 합병, MSCI 지적 4개 약점의 마지막 개선점
글로벌 ESG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HD현대중공업의 2023년 ESG 등급을 B로 매겼다. MSCI의 7단계 등급 구분 가운데 6번째 등급이다. 건설, 농기계, 중장비 등을 포함한 중공업 기업 110곳이 비교군이었으며 HD현대중공업의 B는 ‘취약(Laggard)’에 속한다.
MSCI는 HD현대중공업의 ESG 취약점으로 △기업지배구조(오너십, 이사회 리더십, 주주환원 등) △노동관리(노사관계, 노동자 보호, 고용 등) △안전보건 △클린테크(친환경 기술) 등 4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클린테크 분야는 HD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사업적 요인이다. 그러나 나머지 3가지는 사업 외적 요인이다.
HD현대중공업이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안고 있는 약점은 단연 배당이다. 2019년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후 HD현대중공업은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며 단 한 해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는 다를 수 있다. 2022년 이후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점차 본격화하며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올해 1524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도 올해 초 실적발표회를 통해 HD현대중공업 등 자회사들이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019년 출범 이후 첫 배당을 준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이 ESG 관점에서 안고 있는 무배당의 약점은 올해 해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ESG등급 상향을 위해 노동관리와 안전보건 등 남은 2가지 분야의 평가 개선이 필요하다. 이 중 노동관리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은 2013년 교섭을 그 해 7월 타결한 이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연말이 되거나 해를 넘겨서 교섭을 마무리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당해 임금교섭을 9월 타결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모스의 합병으로 HD현대중공업은 MSCI가 지적한 4가지 취약점 중 마지막 남은 안전보건의 약점까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노사관계 개선을 기대하도록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은 "모스 합병으로 생산 및 관리부문을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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