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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자사주 분석

SK그룹 CFO들이 자사주 늘리는 방법 3가지

장내매수와 우리사주, 자사주 상여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취득...타 그룹과 대비

양도웅 기자  2023-10-24 13:34:47

편집자주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기업가치 향상에 자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 소통(IR) 업무를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 안팎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THE CFO가 CFO들의 보유 자사주 규모와 매매 동향 등을 살펴본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자사주를 늘리는 주된 방법은 '장내매수'다. 말 그대로 시장에서 본인이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SK그룹 CFO들은 달랐다. 장내매수뿐 아니라 회사 상장에 따른 우리사주 배정과 자사주 상여금 등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늘렸다.

이러한 차이는 SK그룹이 처한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업의 중심을 첨단소재와 바이오, 투자 등으로 크게 전환하면서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대규모 자금 확보가 불가피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들이 상장과 유상증자, 분할을 추진했다. 또한 당장 현금 지출을 최소화하는 자사주로 상여금을 지급했다.

◇'우리사주 인출' 정지영 SK바이오팜 본부장, 보유 자사주 1위

SK그룹 상장 계열사는 21개다. 리츠를 제외하면 20개다. 삼성(16개)과 현대차(12개), LG(11개) 등 다른 그룹보다 크게는 10개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SK그룹이 상장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이유가 컸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20개 계열사에서 CFO 역할을 하는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이는 정지영 SK바이오팜 재무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은 1만1000주를 들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8억3600만원어치다. 보유 자사주 가치 면에서도 정 본부장은 그룹 CFO 중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년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다수가 퇴사한 뒤 우리사주를 인출해 장내매도로 '억 단위'의 시세차익을 거두면서 또 다른 관심을 끌었다.

정 본부장은 상장한 지 만 1년이 되는 2021년 7월에 본인에게 배정된 우리사주 1만4000주를 인출했다. 이후 친인척에게 3000주를 증여했고 2년 넘게 한 주도 매각하지 않고 1만1000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과거 몇몇 기업에서 CFO들이 상장 직후 보유 자사주를 매각해 수억원이 훌쩍 넘는 시세차익을 거둬 시장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 본부장은 경영진의 자사주 보유 목적에 적절한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그는 SK바이오팜 상장 때 증권사와 거래소, 투자자와 소통하고 공시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활발한 '자사주 상여금' 제도...정재헌 SK스퀘어 센터장 5200주 받아

정 본부장에 이어 다음으로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CFO는 유봉운 SK네트웍스 기획재무본부장이다. 유 본부장은 1만700주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1만주는 지난해 4월 장내에서 직접 매수했고 700주는 올해 4월 상여금으로 받았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약 6200억원어치다.

장내매수는 일반적인 자사주 매입 방법이다. 따라서 주목되는 점은 역시 자사주 상여금이다. 특히 SK그룹은 삼성과 현대차 등과 달리 상여금을 자사주로 주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령 지금까지 정재헌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은 5200주, 김진원 SK텔레콤 코퍼레이트플래닝 담당은 4409주,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은 1832주, 최두환 SKC 경영지원부문장은 805주, 이성형 SK㈜ CFO는 500주,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60주를 자사주로 상여금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장내매수로 자사주를 추가 취득했다.

자사주 상여금 제도는 1990년대에 국내에 들어왔으나 기존 현금 상여금과 스톡옵션 등에 비해 확산세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식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자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당장 현금 유출을 일으키지 않는 점도 SK그룹처럼 투자금 지출이 우선인 기업에 긍정적이다.

우리사주 인출과 자사주 상여금 등이 아닌 장내매수로만 자사주를 늘린 CFO도 있다. 손철승 SK가스 기획재무실장, 오영래 SK디앤디 경영지원총괄, 김기동 SK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 등이다. 특히 오영래 총괄은 회사 유증에도 참여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를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CFO는 남기중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 김주형 SK렌터카 기획재무실장, 최재영 SK바이오사이언스 재무실장, 오택승 SK아이이테크놀로지 재무실장, 남기철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 경영지원총괄, 김진수 드림어스컴퍼니 재무본부장, 서순교 에스엠코어 경영지원&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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