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음료가 비용을 제어하는 해법 가운데 '원액구매계약'이 단연 돋보인다. 주력 상품인 콜라를 생산할 때 필요한 원료는 미국 코카콜라 본사에서 확보하는데 순매출 대비 일정 비율에 연동해 콜라 원액 구입가를 산정했다.
원료 수입을 감안해 환율 변동성이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매출총이익률(GPM)을 40%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한 동력이기도 하다.
◇'수입' 환율 변동성 억제 취지 코카콜라음료가 주력 제조하는 품목은 '콜라'다. 지난해 콜라 생산에 필요한 원액을 사들이는데 집행한 금액은 2800억원으로 연간 원재료·상품 매입액 7449억원의 37.6% 수준이다. 매출원가 9607억원 가운데 29.1%를 차지하는 규모다.
콜라 원료를 확보하는 거래선은 미국 코카콜라 본사(The Coca-Cola Company)가 유일하다. 상품 제조를 각국 현지 기업에 맡겨 생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대신 원액 판매권을 본사가 갖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코카콜라의 해외시장 진출기법과 맞닿아 있다.
회사의 전신인 '한국코카콜라보틀링(CCKBC)'이 출범한 1996년 12월부터 원액 구매 계약을 체결해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사업 초기에는 원액 구입단가를 환율 변동에 연동해 산정했다. 계약 내용이 달라진 건 2007년 8월이다. 당시 LG생활건강은 CCKBC를 인수한 뒤 실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비용 변동성을 완화하는 과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계약 조항을 고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환율 등락에 매입가를 연동하지 않고 코카콜라음료의 '순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에 맞춰 해마다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원료를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원·달러 가치 변동으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원가 변동성을 줄인 조처는 매출총이익률(GPM)을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40%선 내외에서 GPM 지표를 꾸준하게 유지한 대목이 방증한다.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6111억원으로 연간 영업수익 1조5718억원과 견줘보면 38.9% 규모였다.
◇15년간 미국 코카콜라에서 '장려금' 836억 수령 코카콜라음료와 코카콜라는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원료 거래 관계를 끈끈하게 다졌다. 지난해에는 계약 적용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 단위로 연장했다. 코카콜라음료의 내수 판매고가 늘어나고 영업이익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등 핵심 수익성 지표가 꾸준히 우상향한 성과를 코카콜라 본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원료구입계약과 맞물려 '장려금(Performance Incentive)' 지급 계약도 장기간 유지하는 대목 역시 돋보인다. 2007년 원료구매약정 내용을 수정하면서 함께 체결했다. 연간 매출 확대를 둘러싼 요건을 충족하면 장려금을 받도록 설계했다. 수령한 장려금은 원재료 매입액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해 왔다.
2008년 이래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코카콜라음료가 미국 코카콜라에서 받은 장려금은 836억원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령하는 장려금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10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75억원, 25억원 등으로 줄었다. 다만 코카콜라음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장려금을 받지 못했다.
장려금 지급은 지난해에 재개됐다. 미국 코카콜라에서 61억원을 수령했다.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이 높아진 대목이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매출이 1조5718억원이었는데 2021년 1조4226억원과 견줘보면 10.5% 증가했다. 2020년 5.7%, 2021년 6.4%와 비교하면 매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성과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