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가운데 신용평가업계가 내부통제 시스템 취약점과 평판 하락 등을 지적하며 경남은행 신용도 관련 레이더를 켜고 있다. 향후 모니터링을 거쳐 관련 개선이 미흡하면 신용등급이나 전망 지표에 일부 부정적인 평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다음날 경남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위원회를 열고 횡령사고 등 관련된 이슈를 신용평가에 어떻게 반영할지 결정한다. 위원회 회의 결과는 연휴가 지나고 10월 4일께 보고서와 함께 나올 예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이번 횡령사고로 인해 경남은행의 신용등급이 즉각적으로 변동되지는 않겠지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횡령사고로 인한 은행의 재무안정성 훼손 정도는 경미한 편이라 채무상환능력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 노출됐다는 평가에서다.
여기에 금융회사 특성 상 평판과 신뢰도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관련 개선 여부 모니터링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사고에 대해 긴급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직원이 횡령한 금액이 총 2988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2009년 5월 이후 약 13년간 총 77회에 걸쳐 대출 서류를 위조해 PF대출 차주 명의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개인돈으로 챙겼다. 또 시행사가 정상 납입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했다.
경남은행 측은 횡령금액 총액이 수차례 돌려막기한 금액을 단순 합계한 것이라며 실제 순손실금액은 595억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횡령액(2988억원)의 20%가량으로 경남은행의 최근 5년 간 평균 순이익(1988억원)의 30% 규모에 달한다.
순손실 595억원 가운데 105억원은 이미 부실발생에 따라 상각처리된 특수채권이었다. 6억원은 수수료와 이자수익금을 횡령한 금액으로 재무제표상 손익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은 없었다. 이를 제외한 484억원은 지난해 결산 재무제표에 손실로 소급반영됐다.
484억원의 손실이 작년 결산 재무제표에 소급적용되면서 은행의 수익성 지표와 자본적정성 지표가 소폭 저하됐다. 지난해 결산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기존보다 약 480억원 줄었고 당기순이익 기준으론 약 360억원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08%p 내려갔다.
자본적정성 측면에선 은행의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360억원 줄어들면서 BIS자기자본과 보통주자본이 같은 규모로 감소했다. 이에 비례해 BIS자기자본비율은 0.14%포인트 내려갔고 보통주자본비율은 0.1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금융감독원 검사 진행 과정에서 추가손실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은행 평판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 지주회사와 은행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여부와 작동 결과 등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점검 결과 은행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거나 내부통제기능 전반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사업기반에 중대한 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남은행의 신용등급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 모두 'AA+, 안정적'이다. 신용등급 하향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방어해야 요즘같은 고금리 시장에서 자금조달과 조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경남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임재문 경영기획본부장의 역할도 커졌다.
임 본부장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모두 평가 관련 보고서 발간 방향을 사전에 소통했다며 신용등급 평가와 관련된 모니터링 방향을 내부적으로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현재까지 발견된 손실금 중 회수가능금액은 검찰압수 151억원 포함 부동산, 예금, 차량 및 회원권 등의 가압류를 통해 약 296억원 이상의 채권회수가 예상된다"며 "피해액 최소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중에 있어 실제 손실금액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일반적인 은행권 횡령 회수율이 10% 미만이지만 현재 조기 대응으로 약 300억원 이상(회수율 62% 수준)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여부가 앞으로의 신용도 향방을 결정한다. 이와 관련해 임 본부장은 "지난달 16일 비상경영위원회를 외부조직으로 만들어 개선 관련 자문을 거쳐왔고 이틀 뒤 행장 직속으로 분석팀도 만들어 매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자금관리 시스템 이분화를 완료했고 IT부서와 협의해 내부통제 관련 전산 시스템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