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세아특수강은 중국 자동차용 선재시장 공략을 위해 포스코그룹과 손을 맞잡고 있다. 포스세아선재 톈진법인(POS-SeAH Steel Wire (Tianjin))도 포스코그룹과의 합작법인 중 한 곳이다. 포스코그룹 보유지분에 대해 풋옵션과 콜옵션을 나눠가지면서 신뢰를 강화했다.
다만 톈진법인의 위태로운 수익성은 걱정거리다. 당기순손실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세아특수강은 톈진법인 지분가치의 절반을 상각했다. 지분가치 하락으로 풋옵션 보유에 따른 금융부채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세아특수강-포스코그룹 합작법인 잇단 맞손
세아특수강은 냉간압조용 선재(CHQ Wire)와 봉강(CD Bar) 생산업체다. 선재와 봉강은 자동차, 산업기계, 건설, 조선 등 다양한 전방산업에 공급되는 기초소재이지만 주요 수요산업은 자동차다. 포스코는 세아특수강의 선재와 봉강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재료 공급처다.
세아특수강과 포스코그룹이 중국 진출을 위해 손을 처음 맞잡은 것은 2007년 6월이다. 세아특수강 75%, 포스코차이나(POSCO-China Holding) 25%의 지분율로 포스세아선재 난퉁법인(POS-SeAH Steel Wire (Nantong))이 설립됐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중장기 성장에 주목하고 자동차용 선재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판단이었다. 합작법인 형태는 세아특수강으로서는 중국 생산기지를, 포스코그룹으로서는 중국 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윈윈(win-win) 효과가 있었다.
세아특수강이 해외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난퉁법인 이후로도 포스코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이어졌다. 2013년 7월 세아특수강과 포스코차이나가 중국 제2합작법인인 포스세아선재 톈진법인을 출범시켰다. 2015년 5월에는 세아특수강과 포스코 동남아 대표법인(POSCO South-Asia·현 POSCO (Thailand) Company)이 포스세아선재 태국법인(POS-SeAH Steel Wire (Thailand))을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세아특수강이 75%, 포스코그룹이 25%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였다.
◇톈진법인 포스코 보유지분 콜-풋 옵션계약…지배력 유지 목적
세 곳 합작법인 중 지분에 대해 옵션계약이 체결된 곳은 톈진법인뿐이다. 세아특수강과 포스코차이나는 2012년 9월 포스세아선재 톈진법인 설립계약 때 포스코차이나 보유지분 25%에 대해 세아특수강이 콜옵션을, 포스코차이나가 풋옵션을 나눠가지는 옵션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옵션 행사시기는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후인 2017년 9월부터로, 행사가격은 행사시점에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1 대 1.5 비율로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로 명시됐다.
다만 행사시기 도래에도 이들 옵션은 여전히 행사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행사 가능성도 낮게 전망된다. 애초 옵션계약이 지배력 확대보다는 지배력 유지의 목적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합작법인 형태 특성상 합작파트너 지분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이 임의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한다면 다른 한 쪽의 사업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옵션계약의 존재 자체로 합작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된다. 특히 세아특수강의 선재 생산과 판매, 포스코차이나의 원재료 공급의 뚜렷한 이해관계가 작동되고 있는 만큼 어느 한 쪽이 발을 뺄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톈진법인 수익성 골머리…지분가치 상각에 풋옵션 금융부채도 발생
다만 톈진법인의 위태로운 수익성은 걱정거리다. 매출액은 2020년 393억원, 2021년 589억원, 지난해 63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89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해는 2021년(4억원)뿐이다. 2020년 7억원, 지난해 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손실 15억원을 냈다.
여기에 톈진법인은 부채 부담도 심한 편이다. 올해 상반기말 자산총계가 341억원인데 이중 부채총계가 314억원이다. 자본총계는 27억원에 불과하다. 톈진법인의 부채 부담은 세아특수강에 오롯이 전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세아특수강이 톈진법인에 제공하고 있는 외화차입금 지급보증 규모는 원화 환산 354억원이다.
부진한 수익성 탓으로 세아특수강은 지난해 톈진법인 지분가치를 상각하기에 이르렀다. 세아특수강은 풋옵션이 걸려있는 톈진법인 포스코차이나 지분 25%에 대해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재무제표상에 톈진법인에 대한 지분율을 100%로 산정하고 있다.
지난해 톈진법인 지분에 인식한 손상차손은 46억원이다. 2018년(10억원) 이후 4년 만의 추가 상각이다. 이에 따라 지분 100%에 대한 장부금액은 45억원으로 줄었다. 지분가치를 절반이나 상각한 셈이다.
세아특수강은 올해 상반기말 풋옵션에 따른 기타금융부채(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부채) 4억원도 반영하고 있다. 풋옵션 행사가격이 행사시점의 본질가치로 명시된 만큼 톈진법인 지분가치가 하락하면서 재무제표상 금융부채로 잡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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