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체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투자지분 가치(투자지분 장부금액)'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게 주된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다. 투자지분 가치를 풀어서 말하면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 가치다. 지주사가 해당 기업에 갖는 지배력 정도에 따라 종속, 관계, 공동기업으로 구분한다.
별도 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사라면 공장과 토지 등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별도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라면 투자지분 가치가 곧 전체 자산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3월 철강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지주사로 변신한 포스코홀딩스는 순수 지주사에 가깝다. 별도기준으로 전체 자산(52조원)에서 투자지분 가치(45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3월 말 87%가 넘는다. 같은 시기 또 다른 순수 지주사인 ㈜LG의 투자지분 가치 비중이 58%인 점을 고려하면 무척 높은 편이다. 스스로 투자형 지주사라고 밝히는 SK㈜의 투자지분 가치 비중도 77%로 포스코홀딩스가 더 크다.
◇'팔면 얼마나 될까' 투자지분 회수가능액 측정의 어려움 지난 3년간 포스코홀딩스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포스코홀딩스의 투자지분 가치를 핵심감사사항(KAM)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투자지분 가치에 대한 '손상평가' 결과를 믿을 만한지 중점적으로 살폈다.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투자지분 가치를 새롭게 측정한다. 과정은 이렇다. 해당 투자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용해 거둬들이는 '회수가능액'이 앞서 작성한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장부금액(옛 회수가능액)'보다 작으면, 기존 장부금액 숫자를 회수가능액으로 바꿔 보고한다. 그 감소분은 '손상차손'으로 처리한 뒤 당기손익을 구할 때 합산한다.
여기서 핵심은 회수가능액이다. 추정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한 기업이 상장사 주식이라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회수가능액을 계산하면 된다. 회사와 감사인이 아닌 제3자인 시장(코스피와 코스닥 등)이 매긴 값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회사와 감사인 모두 상장기업 투자지분의 손상차손에 대해선 딱히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반면 투자한 기업이 비상장사 주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3의 평가 기관이 없는 비상장사 주식은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을 활용해 가치를 평가한다. 아주 단순화해보면, 한 비상장사 주식이 10년 뒤에 1조원의 가치가 있고 비상장사가 속한 산업의 연간 성장률이 5%라면, 현재가치는 6139억원이다. 회수가능액이 6139억원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예측한 '가정'이라는 점이다.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을 가정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회수가능액을 장부금액 이상으로 도출하고 손상차손 규모를 줄여 궁극적으로 당기손익 감소를 방어하는 선택을 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지주사 첫해, 투자지분 손상차손 2632억 보고 더욱이 포스코홀딩스에 투자지분 가치 규모와 비중은 재계 지주사 가운데서도 크고 높은 편이다. 철강 제조에 필요한 해외 광산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작지 않다. 해외 광산 개발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 중 하나다. 그만큼 미래현금흐름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포스코홀딩스가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을 실적에 유리하게 가정할 경우 그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삼정회계법인이 지난 5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주식의 손상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바꿔 말해 포스코홀딩스의 미래 예측 결과가 합리적인지 검토한 이유다.
올해 3월 발표한 포스코홀딩스 감사보고서에서 삼정회계법인 측은 "투자주식의 가치 추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해당 기업의 추정 매출액, 할인율, 영구성장률 등의 가정을 결정할 시 경영진의 판단이 개입되며 경영진의 편향 가능성이 존재하는 바, 우리는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주식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삼정회계법인은 5년 연속 핵심감사사항으로 투자지분 가치의 손상평가를 꼽았으나 평가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계법인 측은 "(포스코홀딩스는) 일부 투자주식에 대해선 내부의 가치평가 전문가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지주사 설립 첫해인 지난해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745억원) △ PT.POSCO INDONESIA INTI(127억원) △ CSP - Compania Siderurgica do Pecem(1759억원)에서 총 2632억원의 지분가치 감소(손상차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제외한 나머지 두 기업의 보유지분은 청산과 매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