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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 주가를 증명할 수 있을까

1년 사이 주가 상승률 140% 육박…지주사 체제 전환 '신의 한수'

조은아 기자  2023-09-11 08:14:0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말 그대로 날아오르는 중입니다. 최근 1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140%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9월 21만원대로 저점을 찍은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이후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40만원을 돌파할 때만 해도 놀라웠는데 지난 7월 장중 70만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정을 거쳐 50만원 중반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옛 포스코)는 198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후 수십년 동안 철강만큼이나 무거웠던 주가가 새털처럼 가볍게 오르면서 일각에선 최정우 매직이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매직이 아니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운 주가 상승률이라는 얘기죠.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발표에 따르면 재임기간 시가총액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CEO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꼽히기도 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은 다른 지주사들을 살펴보면 더욱 실감납니다. 다른 지주사들을 살펴보면 연간 세 자릿수는 커녕 두 자릿수 상승률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Industry & Event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누구나 알고 있듯 이차전지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친환경차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자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이 기대감은 이차전지 시장으로, 다시 이차전지 소재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면서 이차전지 분야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슬슬 무서워질 지경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거품론이 떠오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걱정없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국내 그 어느 곳보다 탄탄한 사업 경쟁력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사업에서 크게 원료, 그리고 소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포스코홀딩스와 비상장 자회사들이 여기에 들어가는 리튬이나 니켈 등을 공급합니다. 호수나 광산에서 캐낸 뒤 가공하거나, 폐배터리에서 해당 광물을 추출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죠.

포스코그룹이 완제품인 배터리셀을 생산하지 않아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배터리셀을 만들 때 핵심 소재, 나아가 핵심 소재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에서 조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폭등할 때 정작 배터리 완제품을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주가 상승폭은 훨씬 낮았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포스코그룹 역시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젓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권, 호주 리튬 광산 지분 인수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리튬, 니켈, 양극재 및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3년간 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Market View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금과 같은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려 있습니다. 사업 자체의 장밋빛 전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일각의 우려 역시 무시할 순 없습니다.

우선 증권사의 목표주가를 살펴볼까요? 최근 몇 달 사이의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사실상 포스코홀딩스에겐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주가가 먼저 오르고 증권사 리포트가 이를 허겁지겁 따라가는 모양새였습니다.

일례로 교보증권은 7월 25일 포스코홀딩스 목표주가를 35만원에서 45만원으로 무려 30% 가까이 높여 잡았는데 이 때 주가는 정작 64만원이었습니다. 다른 증권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가가 다소 안정을 찾은 뒤를 살펴보면 가장 최근인 9월 초 SK증권이 목표주가 7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50만원대 중반이었죠.

목표주가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지만 증권가가 말하려는 바는 대동소이합니다. '이차전지 사업 이상무(無)'로 정리돼죠. 철강 사업의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바탕에 둔 신사업 확대로 향후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베스트증권이 내놓은 리포트의 제목으로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주가를 증명해왔고 증명해나갈 기업'입니다.

◇Keyman & Comments

이 모든 걸 최정우 회장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이차전지 사업 확대는 물론 지난해의 지주사 체제 전환 역시 진두지휘했습니다.

최정우호는 2018년 7월 21일 출범했습니다. 5년 하고도 2달을 넘겼습니다. 특히 연임에 성공한 이후부터 이차전지에 완전한 방점을 찍었습니다. 실제 최 회장은 연임 의사를 이사회에 밝힐 때부터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의 지주사 체제 전환 역시 '신의 한수'로 꼽힙니다. 제아무리 이차전지 광풍이 무섭게 불어닥쳤다고 해도 기존 철강회사 포스코였다면 그 수혜를 지금처럼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포스코 주식은 안정적 배당 성향을 가진 철강주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어느 면으로 보든 포스코홀딩스보다 매력적이지 못했죠.

최 회장은 말그대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출장길에 오르는 등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포스코타워에서조차 최 회장을 보기 힘들다는 말도 나옵니다.

IR팀장을 맡고 있는 한영아 팀장으로부터 내부의 진단과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팀장은 지난해 5월 출범 석달차를 맞은 포스코홀딩스에 영입된 인물입니다. 포스코그룹이 주주와의 소통 확대를 위해 데려온 인물이죠. 한 팀장의 이력 역시 상당히 화려합니다.

1994년 삼성그룹 공채로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비서로 커리어를 시작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전무에 이어 SPC삼립에서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맡아 기획, 재무, 신사업, 인사를 두루 관할했습니다.

한 팀장은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에 대해 오랜 노력 끝에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포스코는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신성장 사업을 준비해 왔다"며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는 한편 이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R&D 준비, 광권 등 자원 확보,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사업의 주춧돌을 놨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팀장은 "올해에는 비철강 쪽에 들어가는 투자가 전체 그룹 투자의 50%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신성장 사업의 진행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오랜 노력과 투자가 드디어 가시화되면서 이 첫 변곡점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주가가 너무 올라 일각에서 거품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포스코그룹의 저력을 믿는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그는 "포스코홀딩스는 향후 3년 내에 전세계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기존 사업에서 풍부한 현금흐름이 창출돼 이러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 말 광석 리튬, 내년 염수 리튬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업스크림 사업에서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고 현재 생산에 들어간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은 조업 경험이 축적되면 해외로 확장할 계획인 만큼 포스코그룹의 장기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주주와 활발히 소통하겠다는 의지 역시 내비쳤습니다. 한 팀장은 "지난 1년은 철강회사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게 IR 소통의 목표였다"며 "이를 위해 밸류데이 행사를 열고 IR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회사의 사업 진행상황 등을 국내외 주주분들께 더 쉽게 알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IR 소통은 지속성과 신뢰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정기적 밸류데이를 통해 사업의 진행상황을 정확히 소통해 신뢰를 쌓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해외 IR 활동을 다양한 국가에서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2023년 7월은 포스코홀딩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역사적 고점으로 기억될지, 역사적 상승의 시작으로 기억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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