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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가 직접 찾아가는 슈퍼을 'ASML'

④7000억대 투자로 3조원 이상 수익 실현

문누리 기자  2023-09-14 16:05:51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제조사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한 극자외선(EUV) 노광장치 생산업체다. 시가총액 2486억2000만 달러(약 330조원)로 유럽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다. 동시에 독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슈퍼을'로 통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에 한 차례씩 직접 찾아가 ASML 경영진과 소통하고 장비공급을 부탁할 정도다.

ASML은 삼성전자에 사업적 성과뿐 아니라 투자 성과까지 안겨준 효자 포트폴리오다. ASML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가 2012년 지분투자를 통해 주요 주주로 오른 뒤 ASML 장부가가 16배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ASML 일부 지분을 매각해 3조원가까이 현금을 손에 넣기도 했다.


2012년 8월 삼성전자는 약 5억300만 유로(당시 환율 7146억원)를 투자해 ASML홀딩스 지분 3%(1259만5575주)를 확보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두 차례에 걸쳐 보유지분 절반씩을 판매했다.

1차 매각 시기는 2016년 9월로 당시 환율 환산 시 약 7400억원에 보유분의 절반인 1.5%가량을 매각했다. 매각 이후 ASML 주가가 급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 수익 실현 타이밍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두 배 정도의 수익을 본 만큼 의미있는 '익절'이었다.


ASML이 빠르게 실적을 확대해가면서 기업가치도 금방 커졌다. 최근 2년간만 살펴봐도 ASML홀딩스의 2023년 2분기 매출액(6조9020억원)은 2022년 1분기(3조5340억원)의 두 배가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50억원에서 2조2630억원으로 3배가 됐다. ASML 영업이익률은 32.8%에 달한다.

이에 올 2분기 중 이뤄진 2차 지분매각에서 삼성전자는 1차 지분매각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수익을 봤다. 전분기 보고서 공시 이후 총 354만7715주(0.8%)를 팔았고 장부금액은 2조9961억원 줄었다. 지분매각을 통해 3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 상반기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홀딩스 주식은 275만72주(0.7%)로 장부가로는 2조6010억2500만원에 달한다. 최근 2년간 ASML홀딩스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ASML홀딩스 주가는 비교적 고점이었다. 여기에 앞으로 남은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비록 최근 지분 일부를 팔긴 했지만 협업관계가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ASML과 주주관계를 유지할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2016년 1차 지분매각 당시만 봐도 삼성전자는 투자자산 효율화를 위해 ASML뿐 아니라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 보유하고 있던 해외 주식을 같이 팔았다. ASML만 절반 매각하고 나머지 3곳은 보유분 전량을 팔았다는 점에서 ASML와의 관계를 타업체보다 중요시 여긴 셈이다.

특히 2016년 주식 매각 이후 11월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ASML 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해 이 회장을 만나는 등 흔들림 없는 관계성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2019년 2월 프랑스 파리 회동에 이어 2020년 10월 이 회장의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 방문 등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에도 이 회장은 당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함께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했다. 올해 지분 매각을 앞두고 이 회장이 ASML 경영진과 업계 이야기를 비롯해 양사간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협의하며 관계성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ASML도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제재에 동참하면서 삼성전자 등 다른 거래처들과의 납품 거래를 적극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0년 16.6%에서 2021년 14.7%, 2022년 13.8% 등으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여기에 올해 ASML이 중국 업체들에 납품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연내 매출 비중은 제로에 가깝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EUV 장비 납품 관련 경쟁자가 없어지면서 차세대 공급망 걱정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기존 계획된 생산라인 확대에 활용할 EUV 장비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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