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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연료전지 설비투자' 두산퓨얼셀, 이자비용 통제 과제

녹색채권 차환 성공에도 금리 부담 가중…'수소법 시행' 수주 확대 기대

이민호 기자  2023-08-28 17:07:1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하반기 두산퓨얼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이자비용 통제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지난해 수주 지연으로 재고자산이 늘고 현금유입이 준 데다 올해말까지 발전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생산설비 투자로 차입금을 크게 늘린 탓이다.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녹색채권은 지난 6월 공모채 발행으로 차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장기차입금 신규 조달이 겹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외형성장 정체·자본적지출 부담 '이중고'…재무건전성 악화 일로

발전용 연료전지 제조업체 두산퓨얼셀은 출범 초기부터 높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왔다. 애초 두산퓨얼셀이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시기와 맞물려 핵심 신사업을 담당할 계열사로 출범한 덕분이다. 단기 유동성 위기로 자본확충을 요구받았던 두산에너빌리티를 살려낸 것이 2019년 10월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문(퓨얼셀BG)을 인적분할해 출범한 두산퓨얼셀이었다.


2020년 11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5744억원 규모 두산퓨얼셀 합산 지분 17.77%(우선주 포함)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무상증여하고 2021년 4월 ㈜두산이 5442억원 규모 두산퓨얼셀 지분 16.78% 전량을 두산에너빌리티에 현물출자했다. 앞서 2020년 12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3360억원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유상증자는 2020년말 부채비율 54.2%의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갖추는 핵심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두산퓨얼셀 재무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먼저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수소법 개정안은 두산퓨얼셀 외형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발주가 지연되면서 재고자산을 늘리고 현금유입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올해 대부분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12월 수소법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은 이번달 발표한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 "올해 일반 수소발전 입찰 개시로 안정적인 국내 수요 확보가 가능해진 가운데 청정 수소발전 입찰시장 및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추가시장 확보가 가능해졌다"며 "정책에 부합한 제품 개발과 사업개발 역량 향상으로 수주 확대 추진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산퓨얼셀 재무건전성 악화의 또다른 핵심 원인인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은 현재진행형이다. 두산퓨얼셀은 기존 핵심 제품인 발전용 인산형 연료전지(PAFC) 생산설비 증설에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액 499억원을 투입했다. 이와 함께 SOFC 생산설비 투자에 2020년 10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투자총액 1437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녹색채권 차환 성공에도 금리 상승 불가피…이자비용 통제 핵심과제 부상


올해 두산퓨얼셀 CFO인 박주언 경영관리본부장 상무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 상무는 행정고시(46기)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대통령 비서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에서 근무하다 2015년 ㈜두산에 입사했다. 두산퓨얼셀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이동한 것은 두산퓨얼셀의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편입 직후인 2021년 3월이다.

두산퓨얼셀의 자본적지출은 2021년 403억원과 지난해 772억원으로 같은 시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보다 많았다. EBITDA는 2021년 266억원, 지난해 196억원으로 부진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EBITDA가 114억원으로 회복했지만 자본적지출은 675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재고자산 증가와 현금유입 감소는 차입금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6월말 총차입금은 4241억원으로 유상증자 직후인 2020년말(1012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상태다. 박 상무가 두산퓨얼셀 부임 이후 핵심 조달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회사채다. 회사채 미상환잔액은 2020년말 989억원에서 올해 6월말 2544억원으로 급증했다.


두산퓨얼셀은 신용등급이 BBB로 회사채 금리 여건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출범 직후인 2021년 9월 발행한 750억원 규모 2년 만기 공모채를 녹색채권으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SOFC 생산설비 투자를 발행목적으로 제시한 덕분이다. 금리가 3.81%로 비교적 낮아 박 상무의 첫 번째 성과로 꼽힌다. 차입 필요성이 가장 컸던 지난해에도 공모채 700억원, 사모채 300억원의 합산 1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올해는 박 상무에게도 중요한 해였다. 이 녹색채권이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만기 도래에 앞서 올해 6월 선제적으로 8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중 750억원은 녹색채권 차환에, 나머지 50억원은 운영자금(원자재 구매)으로 이용한다.

다만 녹색채권에 매겨진 3.81%보다 높아진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190억원 규모 1년 6개월물은 6.283%, 610억원 규모 2년물은 6.465%로 책정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장기차입금(올해 6월말 기준 300억원)과 장래매출채권 유동화 채무(합산 696억원)까지 일으킨 상태다.

이 때문에 회사채 차환으로 고비를 넘긴 박 상무에게 이자비용 통제는 또다른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자비용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50억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79억원으로 늘었다. 이자비용 감내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EBITDA/이자비용)은 1.4배까지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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