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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DGB생명 "순익만으로 충분, 추가조달 없다"

정진택 CFO "IFRS17 시대, CSM 크기보다는 이익 실현 관리적 역량이 건전성 판가름"

서은내 기자  2023-08-25 10:13:17
자본확충을 마무리한 DGB생명이 신제도 시행 후 높아진 자본 체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DGB생명은 지난해 지급여력제도(RBC) 하에서 채권 재분류 이슈로 마음고생을 많이했던 보험사 중 하나다. 급격한 금리상승기 계정재분류 3년 제한에 걸려 채권을 '만기보유' 항목으로 변경하지 못했고 RBC비율은 급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위기는 DGB생명의 자본여력을 보강하고 새로 맞이하는 K-ICS(신지급여력제도) 하에서 체력을 높일 기회로 작용했다. 떨어진 자본비율을 보강하려 자본확충이 추진됐고 DGB금융지주로부터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증자받을 수 있었다.

높아진 자본력 덕분에 올해부터는 반전을 이뤘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CSM의 수준이 보험부채 대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순이익 규모도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 순이익으로 자본력을 버텨낼 근간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정진택 DGB생명 CFO 전무
그런 가운데 DGB생명은 올해 초 새로운 재무 수장을 맞이했다. 전임 CFO였던 천병규 전무가 DGB금융지주의 CFO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적임자를 찾는데에 공을 들였다. 이 자리를 이어받은 이가 정진택 DGB생명 CFO(사진)다.

정진택 전무는 30년간 한화손해보험에서 계리, 리스크관리, 재무 파트를 거치며 CRO에 이어 CFO까지 두루 섭렵한 인사다. 한화손해보험에서 DGB생명으로 이동하면서 손해보험, 생명보험 양 업권의 재무통으로 자리매김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정 전무는 24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DGB생명은 당분간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면서 "현재 순이익 규모 등 건전성 수준을 볼 때 특별한 이벤트 없이 관리된다면 순이익만으로 충분한 자본 확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지난해 지급여력비율 급락 사태를 “회계 제도가 변경되는 과도기적 시기에 발생된 지표상의 문제였다“며 "DGB생명은 현재 필요한 자본확충을 끝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도 시행 초기 감독 당국에서 제도 안착에 필요한 다양한 가이드라인들을 발표해나가고 있다. 이같은 가이드라인들은 보험사들의 재무 수준이나 신지급여력비율(K-ICS비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DGB생명은 어떻게 건전성의 수준을 지키고 키워갈 수 있을까. 정 진택 전무는 그 답에 대해 "결국 당기순이익을 키움으로써 부채 보다는 자본량의 증가속도를 높여가야한다"며 "그 핵심은 CSM을 실제 이익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관리적 역량"이라고 말했다.

신 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 수익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CSM'이다. 올들어 보험사 CSM에 대한 크기 비교가 자주 회자됐으나 단순한 CSM 크기 비교로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과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정 전무의 생각이다.

CSM은 부채 계정에 속하며 매년 결산을 거치면서 상각, 예실차 조정 등을 통해 자본인 순이익으로 유입되는 매커니즘을 따른다. 정 전무는 "CSM이 이익으로 실현되는 과정은 보험사가 영업으로 창출하는 CSM과 상품의 질적 수준, 사업비, 손해율 관리 등 종합적인 역량들이 쌓여서 하나로 터져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CSM은 회계상 부채 항목 중 하나로서,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복잡한 개념"이라면서 "CSM의 단순 크기가 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사후 이같은 CSM이 조정되고 순익으로 유입되도록 컨트롤하는 능력이 보험사 재무건전성과 재무적 역량을 판가름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전무는 IFRS17 회계에서 중요한 개념인 예실차에 대해 "회사의 실제이익이 예상이익보다 소폭 상회하는 수준 꾸준히 유지하는 것" 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 전무는 "이러한 관리를 잘 한 회사와 못한 회사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차이는 최소한 제도 도입 후 3~5년이 지나면 어느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CSM 확대는 보험업권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 전무는 "무조건적으로 CSM을 키우겠다는 방향성은 좋지 않다"며 "상품 경쟁력과 영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마진을 추구해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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