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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규 DGB금융 전무, 대구은행 유증 'CET1 강화' 포석

신종자본증권 차환 대신 유증 선택, 위험가중자산 확대 여력 확보

최필우 기자  2023-06-29 07:54:54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가 2000억원 규모의 대구은행 유상증자 참여 결정을 내렸다. 대구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만기 도래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차환 발행도 가능했지만 유증을 통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높이는 선택을 했다.

천 전무는 최근 CET1비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CET1비율이 높아질 때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이 탄탄해진다. 대구·경북 지역의 상생금융 활동과 수도권 진출 활성화를 위해 CET1비율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요성 커진 CET1비율 제고 목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한다. 배정 대상은 100% 주주인 DGB금융지주이고 납입일은 오는 29일이다. 그룹 재무라인을 총괄하는 천 전무의 결단이 있어 대규모 유증이 가능했다.

천 전무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대구은행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자본비율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건전성 관리나 재무 관리 측면에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통주자본비율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 만기 도래에 유증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으로 대체하는 대신 유증을 택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기본자본(Tier1)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순정자본만 반영하는 CET1비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유증은 신주 발행으로 보통주 자본이 늘어나면서 CET1비율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Tier1비율 하락을 감수하고 CET1비율을 높이는 선택을 한 셈이다.

대구은행 Tier1비율과 CET1비율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Tier1비율은 지난해 3분기 13.74%, 4분기 13.92%, 올해 1분기 14.72%로 세 분기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CET1비율도 12.5%, 12.62%, 13.4%로 우상향했다.

다만 티어 그룹인 타 지방은행과 비교했을 때 CET1비율이 소폭 하회하는 경향이 있었다. 천 전무는 이번 유증을 통해 티어 그룹과 격차를 좁힐 기회라고 판단했다.

천 전무는 "이번 결정이 전반적인 자본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보통주자본비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상생금융·수도권 진출 동력 확보

CET1비율은 RWA에도 영향을 받는다. 자산 성장에 따라 리스크를 수반하는 RWA가 늘어나면 CET1비율은 하향 조정된다. 다만 RWA 성장이 뒷받침 돼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어 운용의 묘가 필요한 영역이다.

대구은행은 금융 당국 지침에 따라 상생 금융에 자본 여력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지원하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 경우 RWA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CET1비율에 버퍼(buffer·여력)가 있어야 상생 금융을 지속할 수 있다.

수도권 진출 확대로 RWA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도 고려했다. 대구은행은 올 상반기 성남금융센터를 개설하고 인천금융센터를 확장 이전하면서 수도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에는 없는 제도인 PRM(기업영업전문역) 제도로 시중은행 은퇴 인력을 흡수했다. 수도권 영업에 더 힘을 실으려면 CET1비율 강화가 필수적이다.

천 전무는 "대구은행이 상생 금융을 활성화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 보통주자본이 늘어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수도권 진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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