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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호텔롯데 vs 호텔신라

계열지원 부담 다른 이유는

⑥[투자]자산유동화 거래 이용하는 호텔롯데, 옵션 활용하는 호텔신라

김형락 기자  2023-08-16 17:45: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투자활동에서 각 그룹 재무전략을 엿볼 수 있다. 호텔롯데는 그룹 유통·부동산 계열사와 공동 투자가 잦았다. 기업집단 내 자산 거래로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지원해 주기도 한다. 호텔신라는 계열지원에 나서거나 받지 않고 자체 사업 확장에만 투자금을 푼다.

◇ 호텔롯데, 그룹 유동성 지원 객체에서 주체로 변화

호텔롯데는 계열사와 연계한 투자 건이 많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국내외 복합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사업 연관성이 큰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공동 출자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올해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에서 주식 일부를 매입한 싱가포르 지주사(Lotte Hotel & Retail Vietnam)도 비슷한 출자 형태다. 싱가포르 지주사는 2011년 설립 당시 롯데쇼핑이 종속기업을 거쳐 지분 60%를, 호텔롯데가 지분 40%를 들고 있었다.


호텔롯데는 지난 3월 롯데쇼핑에 108억원을 주고, 싱가포르 지주사 주식 619만1주(지분 10%+1주)를 가져왔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싱가포르 지주사 지분율이 40%에서 50%+1주로 늘어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꿨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 지주사 지분율이 20%에서 10%로 줄어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했다.

싱가포르 지주사는 올 상반기 말 순자산이 688억원 규모다. 100% 자회사로 홍콩 지주사(Lotte Holdings Hong Kong)를 두고, 홍콩 지주사가 베트남 현지 호텔 법인(HAI THANH-LOTTE COMPANY) 지분 70%를 보유 중이다.

호텔롯데는 그룹 내 계열사로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롯데월드타워·몰(지분 10%)를 롯데물산에 매각해 약 5542억원이 유입됐다. 당시 롯데쇼핑도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15%를 롯데물산에 넘겼다.

지난해에도 국내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재무융통성을 만들었다. 호텔롯데는 그해 1월 해외 계열사(LOTTE PROPERTIES HCMC) 주식을 롯데건설에 약 221억원에 매각했다. 7월에는 베트남 초고층 롯데센터하노이를 소유한 Coralis S.A. 지분 45%를 롯데물산에 약 786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도 각각 Coralis S.A. 지분 22.5%, 10%를 롯데물산에 팔았다. 6월과 11월에는 호텔롯데가 보유 중인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20만주와 27만3450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약 740억원을 쥐었다.

올해는 호텔롯데가 계열지원에 나섰다. 지난 1월 롯데건설 보증부 단기사채를 매입하는 샤를로트제일차, 샤를로트제이차에 총 1500억원(이자율 14%)을 대여해줬다. 대여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 호텔신라, 미국 면세업체 3Sixty 잔금 절차·추가 지분 인수 옵션 남아

호텔신라는 계열지원 부담이 낮다. 호텔롯데와 달리 전자·금융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적다. 지배구조상으로도 호텔신라는 금융 계열사 밑에 있다. 2016년 2월 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지분 2.24% 처분(334억원) 이후 계열사와 함께 집행한 투자 건은 없었다.

호텔신라는 단독으로 면세사업 확장 투자를 전개했다. 2020년 4월 미국 기내면세점 업체 '3Sixty'를 운영하는 '3Sixty Duty Free & More Holdings(이하 3Sixty)' 지분 44%(2대주주)를 인수했다. 호텔신라는 총 인수대금 1억2500만달러(1417억원) 중 6400만달러(787억원)만 지급했다. 잔여 인수대금(6100만달러)은 정산 절차, 지급 시점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까지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

호텔신라는 성장 잠재력이 한정된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 면세점에 진출했다. 국내 면세사업이 위축됐을 때,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3Sixty 인수도 면세사업 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진행했다.


3Sixty 추가 지분 확보 방안도 마련해 뒀다. 호텔신라는 3Sixty를 지분법손익을 인식하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연결손익계산서상 영업외손익(투자손익)으로 잡힌다.

호텔신라는 3Sixty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23%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행사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10개월 동안이다. 3Sixty 대주주는 콜옵션 행사 뒤 잔여 지분(33%)를 호텔신라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3Sixty는 지난해부터 흑자 경영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으로 호텔신라가 보유한 3Sixty 지분 44% 장부가액(367억원)은 취득원가(760억원)에 못 미친다. 3Sixty가 2020년과 2021년 각각 당기순손실 217억원, 583억원을 기록해 호텔신라가 지분법손실 106억원, 274억원을 인식했다. 3Sixty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47억원을 올려, 호텔신라는 지분법이익 3억원을 계상했다. 올 상반기에는 3Sixty에서 지분법이익 18억원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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