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자산운용의 일본 재간접 펀드가 순풍을 타고 있다. 30여 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한 일본 증시 영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일본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에 매크로 환경이 힘을 보태면서 지금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변동성이 작지 않아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피델리티재팬증권자투자신탁'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5.47%였다. 신한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상품으로 선보이는 실적배당형 상품 중 상위 4번째에 해당하는 성과다.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8.13%. 2007년 5월 최초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로는 72.6%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수익률 상위권에 국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가운데 해외 펀드 중에서는 이 펀드가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8일 현재 이 펀드의 설정액은 약 81억원. 일본 증시의 장기간 부진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펀드의 최근 수익률 상승은 일본 증시 랠리 영향이다. 닛케이225 지수와 토픽스 지수 등 주요 지수가 1990년 이래 33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 아베노믹스 발표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고 중앙은행 완화정책 기조와 엔화 약세도 증시 랠리에 힘을 보탰다.
구체적인 종목 중에서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가 무역 상사와 반도체 관련 기업 주식을 매수한 것이 알려지면서 관련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버크셔헤서웨이는 일본의 이토추상사를 비롯해 마루베니, 미츠이, 미츠비시,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주요 종합상사에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피델리티운용은 지난 6월 말 분기 보고서에서 "일본의 리오프닝이 지연되면서 소비와 자본 투자를 부양해 내수가 탄력을 받았다"고 분석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는 경기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 증권거래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투자자 환영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피델리티재팬증권자펀드는 피델리티재팬 증권 모투자신탁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모펀드는 피델리티운용의 재팬밸류펀드에 투자하는데, 재팬밸류펀드는 일본 상장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이토추상사(3.7%) 비중이 가장 컸고 소니(3.6%)와 미츠비시UFJ(3.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재팬밸류펀드의 규모는 지난해 말 943억엔. 현재 원-엔 환율을 반영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8632억원 수준이다. 해당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피델리티운용의 펀드 라인업으로는 '피델리티월드 Big4 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피델리티월드 Big4 40 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재간접형]' 등이 있다.
펀드의 최근 3년 연환산 변동성은 12.63%로 참조지수 토픽스 지수 13.47%를 소폭 밑돌고 있지만 기업 DB 적립금을 태우는 비히클로는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DC와 IRP 등 개인 주도의 퇴직연금 계좌에선 최근 꾸준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피델리티운용은 2002년 설립돼 2009년 집합투자업 인가를 비롯해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말 AUM은 604억원으로 대부분 재간접 펀드(521억원)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억원으로 국내외 매크로 환경 변화 속에서도 1년 전 19억원에서 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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