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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DB메탈 '그룹 지배구조 재편' 중추 떠오를까

②DB Inc. 합병 시나리오 부각, '지주사 전환요건' 해소 취지 맞물려

박동우 기자  2023-08-09 07:56:36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DB메탈은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중추로 떠오를까. 올해 시장에서는 DB(DB Inc.)가 DB메탈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부각됐다.

별도기준 총자산이 5000억원을 웃돌고 소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전체 자산의 50%를 넘기면 지주사 전환 기준을 충족한 탓이다. DB메탈 흡수합병 시나리오에는 자산 규모를 늘려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는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지주사 전환 요건을 해소하는 취지와 맞물렸다.

◇DB메탈 3대주주 '김남호 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DB메탈 주식 3847만2771주를 보유했다. 지분율 24.3%로 DB하이텍(28.8%), DB인베스트(26.1%)에 이어 3대 주주다. 김 회장이 DB메탈 주식을 처음 얻은 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DB메탈은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체제로 접어들었다. 채권단은 차입금 상환을 2년 유예하고 650억원을 새로 지원해주는 대신 오너 일가도 DB메탈 경영 정상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2015년 4월 창업주 2세 김남호 회장은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에서 받은 배당으로 실탄을 마련해 DB메탈에 100억원을 빌려줬다.

2015년 12월에 김 회장은 DB메탈 대여금을 출자 전환했다. 자연스레 김 회장이 DB메탈 주식 866만5511주(22.4%)를 확보하면서 회사의 3대 주주로 부상했다. 그는 경영 정상화 협약을 이행하는 취지에서 보유한 지분 일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김 회장이 소유한 DB메탈 주식 물량은 2020년에 3847만2771주(25.1%)로 불어났다. 경영 정상화 협약에 따라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유증 총액 571억원 가운데 61.8% 규모인 353억원을 김 회장이 부담했다.

증자 당시 김 회장은 본인 몫 149억원을 납입했다. 이어 DB인베스트(160억원)와 DB스탁인베스트(44억원)가 청약한 금액까지 추가로 책임졌다. 두 회사는 그룹 구조조정 국면에서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DB인베스트 지분은 작년 말 기준으로 김준기 창업회장이 73.5%, 김 회장이 26.5%를 소유했다. DB스탁인베스트의 경우 김 창업회장(34.1%), 김 회장(29.1%)과 함께 김 창업회장의 장녀 김주원 DB그룹 부회장(36.8%)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법적 지주사 좌우하는 '자회사 지분가치 비중'

DB메탈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김 회장이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DB메탈의 모기업 DB하이텍 주주구성을 살피면 최대주주는 DB다. 12.4%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DB 주식을 단연 많이 소유한 인물은 김 회장으로 지분율이 16.8%다.


'김 회장→DB→DB하이텍→DB메탈'로 이어지는 셈이다. DB가 제조분야 계열사를 지배하고 DB손해보험이 금융부문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2021년 말 DB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기준을 충족했지만 지난해 말 별도 자산총계가 5000억원 미만으로 줄며 지주사 전환 대상에서 벗어났다.

지주사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주식 가격이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하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DB하이텍 주식 공정가액을 반영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이 2021년 말 4093억원에서 2022년 말 2064억원으로 1년새 49.6% 감소했다.

하지만 DB하이텍 주가 상승에 따라 언제든 DB가 법적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오를 여지가 존재한다. 올해 3월 말 DB의 별도기준 총자산은 658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에도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웃돈다면 다시 지주사 전환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DB가 지주사로 전환하는 길을 선택할 경우 DB하이텍 지분을 최소 17.6%(780만주) 추가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30% 소유해야 하는데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은 12.4%에 그친다. 더 취득해야 하는 지분 가치는 이달 7일 종가로 환산하면 4449억원이다. 올해 1분기 말 DB의 가용 유동성은 별도기준 134억원, 연결기준 318억원으로 빠듯하다.

지주사 전환 기준을 완전히 회피하는 해법도 존재한다.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가 총자산의 50%를 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안이다. DB가 DB메탈을 흡수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 DB메탈의 별도 자산총계가 4730억원이다. DB 총자산 6580억원과 단순 합산하면 1조원을 웃돈다. DB의 전체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비중을 60.8%에서 30%대로 낮출 수 있다. 올해 6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근래 들어 그룹 모회사 DB와 DB메탈 간의 합병에 관한 풍문이 돈다"고 지적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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