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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골프장 운영사인 DB월드는 그룹 구조조정 국면에서 법정관리를 겪은 회사다. 기업회생 절차를 함께 밟았던 동부LED와 동부건설은 매각됐다. DB월드만 풍파를 딛고 그룹 품 안에서 살아남았다.
주식을 무상소각하고 계열사들은 갖고 있던 채권을 출자 전환해주면서 재무구조 악화 위기를 돌파했다. 골프장 운영 방식도 종전의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바꾸며 이익 창출의 신호탄을 쐈다. 법정관리 터널을 지난 이후 DB월드가 환골탈태한 모양새다.
◇김남호 회장, '오너 관계사' 삼동흥산도 출자 DB월드 최대주주는 DB아이엔씨로 전체 주식의 33.97%(548만5287주)를 갖고 있다. △하이텍 △메탈 △손해보험 △금융투자 △생명보험 △저축은행 △동부철구 △금융서비스 △자산운용 △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들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된 동부건설 역시 8.93% 지분을 계속 소유하며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창업주 2세' 김남호 회장은 2020년에 31억원을 투입해 DB월드 주식 4.75%를 취득했다. 그룹 오너 일가와 연관성이 깊은 삼동흥산이 109억원을 출자한 대목도 돋보인다. 삼동흥산의 대주주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500억원을 출연해 발족한 동곡사회복지재단이다.
DB월드 사업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골프장'이다. 회사 전신인 원림개발은 1990년대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일대에 240만㎡ 면적의 부지를 확보하고 골프장 조성을 추진했지만 당국에서 건설 허가를 얻는데 난항을 겪었다. 경영난에 빠지는 건 필연적이었고 동부건설이 1996년 1월 157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당국 인가를 받아 골프장을 건립하기까지 10년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2008년 충북 음성에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CC)을 개장하면서 DB월드 본업이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회원 유치 성과가 부진한 탓에 매년 영업 적자에 시달리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회원권을 소유한 고객들과 입회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졌다.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2888억원으로 DB월드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2015년 그룹 계열사 가운데 동부LED, 동부건설에 이어 세번째로 기업회생 절차에 접어들었다.
◇자본잠식 해소, 부동산사업 확장 시도 법정 관리를 받는 동안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결손금을 보전하는 취지에서 주식을 무상소각했고 자본금을 101억원에서 99만원으로 줄였다. 그룹 계열사들은 보유한 입회보증금 채권을 출자 전환했다.
△화재해상보험 △생명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금융사를 비롯해 하이텍, 메탈, 철구, 동부(현 DB아이엔씨) 등 제조·서비스 부문에 포진한 계열사까지 증자에 동참했다. 2308억원 규모로 자본을 확충하면서 DB월드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본잠식 해소와 맞물려 DB월드는 사업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2017년 레인보우힐스 CC를 종래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개편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운영 초기 소수 고객만 모집하는 방식이 경영난을 초래한 만큼 이용자 수요 흡수가 용이한 퍼블릭 골프장 영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대중제 방식은 성과를 거뒀다. 영업손실을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7.4% △2020년 29.4% △2022년 43.5%로 상향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은 2020년을 기점으로 순유입을 시현했다. 지난해도 113억원을 기록하면서 본업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입증해냈다.
여세를 몰아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2020년 DB아이엔씨 부동산사업부를 이끌던 정인환 사장이 DB월드의 새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작년 1월에 모회사 DB아이엔씨 부동산사업부를 넘겨받았고 토지 개발, 건물 임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구상 이행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